2018년 11월 말 필리핀 네그로스섬에 다녀왔다.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던 사탕수수밭. 작물이 들어찬 들판을 보면서 어쩐지 사막처럼 갈증이 느껴져 목이 탔다.  


한살림이 민중교역 마스코바도설탕을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필리핀 네그로스섬 농민 생산자들과 교류가 시작되었다. 

'민중교역'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던 게 2008년이고, 설탕 취급이 결정된 것은 2016년. 무려 8년 동안 논의가 길어졌다. 

특별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한 수입물품을 취급하지 않는 원칙을 쉽게 바꾸기 어려웠기 때문이대.  


네그로스 섬은 필리핀에서 4번째 큰 섬이다. 

면적은 강원도 정도의 넓이(강원도 : 16,873.51㎢ 네그로스 : 13,309.60), 인구는 440만명이라 한다.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마닐라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섬의 주도랄 수 있는 바콜로드 공항까지 또 날아가야 했다. 

아침 8시에 인천공항을 떠나 마닐라에 공항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 때가 다 돼 바콜로드시에 도착했다. 





일본의 운동가들이 개척한 필리핀 민중교역에 대해, 부끄럽게도 필리핀에 가게 되고나서야 비로소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민중교역의 필리핀쪽 파트너들인 ATPI(필리핀공정무역Inc), ATPF(필리핀공정무역재단) 건물도 바콜로드 시내에 있었다.  




이 섬에 사탕수수 재배가 시작된 것은 1850년대 영국의 상인들에 의해서라고 한다. 

필리핀은 이미 1565년부터 1898년까지 무려 333년 동안 스페인에 의해 식민지 지배를 당했다. 

우리나라에ㅅ는 선조가 즉위하던 해부터 조선이 망하고 대한제국이 들어선 해까지의 기간이다. 

그 뒤로도 1902년부터 미국의 식민통치가 1946년까지 44년동안 이어졌다. 


일제 통치 36년만으로도 우리 민족의 언어와 의식은 심각하게 상처를 입었다. 

여기 비하면 필리핀의 주민들이 감당해야 했을 고통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네그로스섬 전체를 뒤덮고 있던 사탕수수밭 역시 서구 제국주의가 원료 산지로 필리핀을 재편한 결과다.  

이러한 자연조건 속에서도 왜 필리핀이 식량을 수입해야 하는 땅이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노예노동을 기반으로 사탕수수 재배가 확대된 것은 단순히 달콤한 기호를 충족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16세기 이후 대량 생산된 설탕은 노동자들에게 열량으로 제공돼 산업혁명에 동원된 노동자들의 열량으로 연소되었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노예로 끌고 와 남미와 필리피 등 적도 인근 기후 조건이 맞는 지역에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을 조성해 설탕을 조달하고 이는 유럽 등에서 사작된 대공장 노동자들의 열량으로 소비되게 함으로써 저임금 착취가 가능해졌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고된 노동현장에서 설탕덩어리 일회용 스틱 커피가 열량을 보충하는 것도 비슷한 일이지 싶다. 




한살림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유니프왁(UNIFWAC) 공동체 마을 뒤 숲에 있는 농업용수 탱크. 코카콜라 재단에서 후원했다고 했다. 


한살림이 농업정책에서 각국 각지의 기후풍토에 맞는 농업을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수출하는 곳도 수입하는 곳도 생태순환’ 원리에 맞게 먹을거리를 자급하자는 것이 우선이고 

불가피한 경우만 교역을 하자는 이유 때문이다. 수입에만 의존하면서 식량 자급기반이 무너진 것도 문제지만 

자급은 뒷전이고 팔기 위한 농업 일색으로 농업이 일그러진 현실 역시 마찬가지로 문제가 심각할 것이다

시장의 가격 논리에 따라 국가간 먹을거리 이동이 많아질수록 탄소 발생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먼 거리 이동과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먹을거리에 대한 유전자조작이나 약품처리 등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테고 이를 조장하는 것은 물론 거대 식량 자본이다


과거에 무력으로 식민지를 침탈하던 제국주의와 오늘날의 이들은 얼마나 다를까.


농업과 자국 먹을거리 생산을 무역에만 의존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교역이 헝클어지면서 발생한 1990년대 북한과 쿠바의 기아사태, 2008년 무렵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했을 때 필리핀 등에서 벌어졌던 식량파동에서 목격한 바 있다.  



한살림은 2016년부터 네그로스섬에서 생산되는 '마크코바도' 설탕을 민중교역을 통해 수입하고 있다. 

두레생협, 행복중심생협, 대학생협들과 함께 민중교역 법인 PTCOOP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수입하는 설탕 1kg 당 100원을 기금으로 적립해 (예를 들면 공급량 100,000kg x 100원 = 10,000,000) 이를  현지 농민들의 식량 자급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있다. 




가네시게(KANESHIGE) 농장일본 운동가들의 자취


바콜로드 시내에 있는 ATPI 건물 4층 강당 벽면 '가네시게홀'이라는 글귀가 붙어있었다.


1980년대 중반, 온통 사탕수수 일색인 이 섬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했다. 2%도 안 되는 설탕 아시엔다(hacienda- 수탈한 토지를 소수에 나눠 줘 발생한 대지주 농장)경지면적의 67% 소유하고 있던 상태에서 국제 설탕가격이 폭락하자 농장주들이 사탕수수 수확을 포기하고 방치하면서 농장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이 굶어 죽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유니세프 등에서 기아 상태에 빠진 14만 아동들을 지원해달라고 호소 하면서 그린코프생협 등이 조직한 ‘일본 네그로스 캠페인위원회’(JCNC: Japan Committee for Negros Campaign) 는 긴급하게 바나나를 수입하는 등 섬 주민들을 돕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원조금을 보내주는 방식으로는 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당시 설탕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굶주리고 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그물' 이라고  



연수 일정의 마지막날인 121일 가네시게(KANESHIGE) 농장을 방문했다


가네시게씨는 일본 그린코프의 초창기 전무 중 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 네그로스섬을 덮친 살탕파동당시 아이들이 굶어죽기까지 하는 비참한 상황을 겪던 네그로스 농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섬을 처음 방문하고, 1994년에 섬에 이주해 와 그린코프 등 일본 생협들과 시민사회의 참여 속에 부지를 1995년 이 농장부지를 매입한 뒤 유기비료 생산 시설과 교육과정 등을 준비하다가 1996년 지병으로 숨졌다고 한다




그의 유해는 화장되 뒤 이 농장에 뿌려졌다고 했다농장의 치타씨는 가네시게씨가 농장에 우리들과 함께 있다.”고 이야기 했다


가네시게 농장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유기농업을 가르치고, 이들이 마을로 돌아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농장운영 경비는 팔시스템등 일본 생협들의 기금에 의지하고 있다고 했다.



농장의 가자 큰 특징은 BMW 농법이었다. 가축의 분뇨(糞尿)를 화강암과 현무암 등 자연석과, 부엽토 등으로 처리해 박테리아(Bacteria), 미네랄(Mineral)로 활성화시킨 물(Water) 변환시켜 가축의 음용수 등으로 활용하고 이 과정에서 침저된 오니 등은 유기질 퇴비로 경작지에 활용하는 생태적인 순환농법인 셈이다


몇 년 전 한살림을 방문했던 야스다 시게루 고베대 명예교수께서 BMW의 원리를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광경이 기억에 남아있다. 지구상의 미네랄이라는 것들은 결국 우주 대폭발의 시기에 별들에서 떨여져 나온 것들이고 이들의 에너지와 미생물의 힘으로 축분들을 정화시키는 원리에 대해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할 뿐 더 깊은 이해로 나아갈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다. 다만, 밤 하늘에 빛나는 별과 내 몸이 이어져 있다는 낭만적인 상상이 미소를 머금게 할 뿐이다.

 


가네시게 농장의 돈사에 우리 일행은 별다른 소독도 없이 들어가 갓 태어난 새끼돼지들을 볼 수 있었다. 모두가 BMW를 음용한 덕에 돼지들이 면역력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돈사 안에는 역한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돈사 앞에는 오니를 가라 앉히고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는 탱그 앞으로 단계적으로 오수를 정화 하는 세 칸의 수조들가 이어져 있었고, 수조 안에는 화강암과 현무암 등 이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암석들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다

암석의 미네랄 성분과 부엽토 등의 미생물들이 걸러낸 물은 실제로 최종단계에서는 사람이 마셔도 아무 탈이 없는 물로 걸러진다고 한다.

 


우리는 일본의 운동가들이 초석을 놓아 이미 진행되고 있는 민중연대, 민중교역의 현장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이미 30년 전부터 땀흘리며 민중연대의 씨앗을 뿌려온 일본 운동가들의 자취를 만났다








우리가 방문했던 얼터트레이드 3층 교육장에는 

가네시게 씨를 기리며 ‘KANESHIGE HALL’로 이라는 명패와 함께 그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마음으로 잠시 헌화하면서 묵상을 올렸다



소위 '86'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우리 또래들의 집단 에너지는 한 때 대단했다. 대학생 신분을 포기하고 

노동현장에 투신한 활동가들이 1만 명 가량 되었다고도 하고 지금도 그들 중 상당수는 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대부분은 운동의 전망을 포기한 채 각자 도생의 길을 가야만 했다. 운동의 지도부를 자임했던 이들은 대중운동 현장을 이탈한 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앞다투어 정치판으로 몰려가 오늘날의 정치지형을 만들었다.  


뜨거웠던 80년대의 그 에너지가 왜 이토록 쉽사리 조로와 쇠락의 길을 가야 했을까. 


가네시게농장에서 씁쓸한 우리 현실에 겹쳐 

새삼 전혀 새로운 차원의 '세계혁명'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는 일본의 전공투 세대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 문재형

 

문명의 전환과 새로운 생활양식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 스치다다카시 선생을 모셔와 강연을 열었다. 바빠서 가볼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뒤늦게 뒷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들었다. 박맹수 선생께서 통역을 하셨다. 순차통역은 긴장이 늘어지는데다, 일을 하다가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으로 이동한 탓도 있었고, 처음에는 지당한 말씀만 하는 것 같아서... 좀 졸았다. 그러나 뒷부분에 이야기가 점점 재미있어져... 핸드폰으로 메모를 했다.

 

메시지는 대개 이런 것들이었다. 문명, 물질의 풍요, 경제성장이 과연 당연한 일인가? 일본 원전사고는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고 물질의 풍요를 추구한 결과 빚어진 필연적인 사고였다. 원전없이도 살 수 있다. 돈의 논리와 생명의 논리(이 점은 며칠 전 도법스님 말씀과 똑같다.) 는 확연히 다르다. 돈은 권력을 추구하고 권력을 통해 더 많은 돈벌이를 위해 약자들을 희생시킨다. 생명은 서로 협력하고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국적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단순소박한 삶, 유기농업을 확대하면서 문명의 새 장을 열어나가자. 겁내지 말고 당황하지 말고, 공생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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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재형

 

 

일본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   일본의 (후쿠시마와 핵사고가 빚은)비극은 침략전쟁을 반성도 하지 않은 채 풍요로운 사회, 돈만을 위한 사회를 추구한 결과로 빚어졌다. 돈은 가지면 힘을 갖게 된다. 그 힘은 약자를 희생시켜 더 많은 돈을 추구한다. 생명은 정 반대다. 서로 협력하고 의지할 수밖에 없다. 돈이 힘을 가지면 생명은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먹을거리는 생명이다. 먹을거리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변질된다. 그러나 돈의 논리는 먹을거리를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본다. 시장에 오래 남겨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식품첨가물을 넣어 변질을 막는다. 농약을 친다. 그 때문에 암과 난치병이 늘어났다. 이것이 문명이다. 후쿠시마에도 똑같은 원리가 작용했다. 돈을 추구하는 이런 사고방식이 필연적으로 이 사고를 불러온 것이다.

 

원전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버리자. 경제(經濟)는 경세제민(經世濟民),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였는데 언젠가부터 돈벌이만을 떠올리게 되었다. 원전을 둘러싸고 숱한 이권이 움직인다.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이 수만 년 동안 인류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데 이런 것은 은폐된다. 유기농은 생명의 위기를 넘어서는 길 가운데 하나다. 생명은 숲과 대지 초원에 의존한다. 한국과 일본에는 숲이 울창하다. 그런데 이 가치를 간과한다. 일본은 지하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산업을 일으켜 무역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숲과 초원은 수많은 생명이 서로 작용한 결과 유기물이 쌓여 생겨났다. 숲은 농약 없이도 유지된다. 수많은 생명이 서로 의지하고 영향을 주면서 건강한 숲을 유지한다. 유기농업도 이러한 원리를 농업에 도입한 것이다.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조상들로부터 많은 지혜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물질이 풍요로운 사회가 되면서 그 지혜를 잃어버리고 있다. 진정한 자원은 지하자원이 아니라 지혜다. 이러한 지혜와, 궁리할 줄 아는 힘,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원이다.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이러한 지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을 하는데 문명의 새로운 길이 있을 것이다. 돈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통하는 관계, 함께 더불어 기뻐하는 관계.

 

돈의 논리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분리시킨다. 생명은 그렇지 않다. 서로가 이어져 있다. 돈만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면 관념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생명은 본래 그렇게 살아왔다.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는가.

사람은 간단히 죽지 않는다. 누구나 죽을 때까지 산다. 그것은 확실하다. 우리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맛있는 것을)많이 먹으면 병에 걸린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소박하게 살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일본 속담에 주어진 것을 팔부(80%)만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 먹는 양의 절반만 먹으면 식량위기도, 만연한 질병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나는 지난 4월18일부터 5월5일까지 교토에 있는 도쿄전력 칸사이 지부 앞에서 원전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18일 동안 단식을 했다. 그런데도 지금 건강하다. 그런 확신과 용기 없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갈 수 있겠는가.

 

돈을 강조하는 사회는 비극을 불러온다. 한국도 그런 길로 가고 있잖은가. 이것을 극복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몫이다. 일본 원전은 남은 50기가 모두 멈췄다. 그럼에도 전기가 크게 모자라지 않은 상황이다. 재가동을 획책하는 세력이 있지만 아껴 쓰고 (친환경재생에너지를)스스로 발전을 해 쓰려는 노력들이 생겨났다. 전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전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겨왔다. 더울 때는 땀을 흘리고 추우면 와들와들 떨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덥다고 에어컨 냉방, 춥다고 전기난방을 하니까 건조해져서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긴다.

 

단순소박한 삶이 답이다. 값싼 원료로 노동력을 착취해서 대량 생산을 하고 더 많이 파는 일로 이익을 추구하는 다국적기업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소박한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새로운 문명을 열어갈 수 있다. 겁내지 말고 당황하지 말고 공생의 세상을!

 

 

 

 “목 마르면 물을 마신다. 물을 마시면 갈증이 해소된다.”이것이 진보의 논리입니까 보수의 논리입니까. 기독교나 불교만의 논리입니까, 과거에는 맞고 현대에는 틀린 논리입니까. 이렇게 사실에 근거한 구체적인 진리를 놓고는 다툴 일이 없습니다.

 

생명은 혼자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물코처럼 세상만물이 이어져 함께 의지한 채 살아갑니다. 뭇 생명이 태양에 기대어 삽니다. 그런데 모두 공짜입니다. 우리가 언제 돈을 낸 적이 있습니까? 공기가 없으면 한 순간도 살 수 없지만 이것도 거저 얻어먹고 있습니다. 저는 (생명평화순례를 하면서) 5년 동안 얻어먹어서 압니다. 얻어먹으려면 자기를 낮춰야 합니다. 자기를 비워야 합니다. 나눠야 합니다. 그것이 우주의 존재법칙이고 진리입니다. 이 법에 따라야만 우리 살고 싶어 하는 삶, 평화롭고 행복하고 홀가분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신기하고 불가사이한 일은 생명이 존재하는, 생명을 살아가게 하는 일입니다. 물위를 걷는 일, 내세나 과거를 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로 종교인들이 그런 소릴 합니다. 이건 다 사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쓸데없는 일에 관심을 둬서 뭘 합니까. 내세를 봐서 뭘 어쩐다는 겁니까. 내 생명을 살아가게 하는 지극히 고맙고 거룩하고 귀한 존재는 바로 너, 이웃, 자연입니다. 이들이 없이는 우리가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들을 그 가치에 걸맞게 사랑하고 존경해야 합니다. 

곁에 있는 사람을 “너 없이도 살 수 있어, 네가 없으면 좋겠어. 네가 없으면 나 혼자 다 가질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보는 것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관점인데, 이렇게 되면 싸움밖에 날 게 없습니다. 그러나 “너 없이는 못살아, 네게 의지해야 내가 살 수 있어” 이건 생명의 원리가 그렇잖습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도저히 이기적인 입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상대와 협력하고 상대를 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명백한 진리입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진리의 눈으로, 깨달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진리는 권력이나 돈, 재산으로 깨달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자연과, 이웃과 상대와 더 잘 조화를 이루는 삶. 그것이 대안이고 희망입니다. 생명의 원리, 이것이 법입니다. 이 법대로 살아야 합니다.

 

실상사가 있는 산내면에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이야기만 무성하고 공중에 떠있었는데 요 며칠 전부터 이야기가 현장에 내려앉고 있습니다. 사회적 대안을 만들자는 취지로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공존하는 마을을 일구자는 것인데, 마을에는 100명 정도 다니는 초등학교와 50명 규모의 중등학교를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이웃이 어울려 살며 품앗이를 하는 농촌사회의 대안마을로 산내면을 만들려고 꿈꾸고 있습니다.

 

깨달음에 도달하는 팔정도(八正道)가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 여실지견(如實知見). 사실에 입각해 사고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개는 내 생각으로 보고, 있는 그대로 보지 않습니다. 어제 나를 화나게 한 사람이 오늘은 내게 깍듯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리 오늘  예쁘게 해도 어제 상한 감정 때문에 이것을 곱게 보지 못합니다. 이미 흘러간 어제의 감옥에 갇혀 오늘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유롭고 활기차게 살고자 노력하면 우리는 과거의 집착과 관념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만약 나에게 두개의 사랑의 길이 있었다면 깨달음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간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하지 못합니다. 동시에 두 가지를 말할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동시에 뒤로 나아가지는 못합니다. 반드시 하나를 멈춰야 다음을 행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동시에 두 가지를 행할 수 없다는 데 오히려 구원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제의 생각에 갇혀 오늘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들 때 그것을 자각하는 것, 그것이 곧 위빠사나 수행에서 말하는 ‘보는 것’이고 염불이고 화두입니다. 상대방이 미운마음이 들더라도 그 순간 알아차리고 “관세음보살” 을 외며 관세음보살의 눈으로 상대를 보려고 노력하면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되풀이 하면 습이 됩니다. 습관은 제 2의 천성이라고 했습니다. 자꾸 되풀이 하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이 생기고 꾸준히 반복하면 절로절로 되는 경지가 됩니다. 이것이 부처의 경지고 도인의 경지입니다. 먼 훗날에 깨달아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부터, 미운 마음이 일어날 때마다 “즉각 해탈” 할 수 있습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머니 속에 돈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제 마음대로 쓸 수 없다면, 그것의 주인을 당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내 마음대로 쓸 수 없다면 내 돈이 아닌 것이죠.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하고 있습니까? 미워하는 마음이 뜻 한 대로 생깁니까? 나도 모르게 흘러들고 거기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만약 내 마음을 의도대로 쓰게 되면 그것이 곧 깨달은 것입니다. 미워하더라도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만 하고 또 그칠 수 있다면 그것이 깨달은 경지입니다.

 

한살림은 생명평화의 가치를 추구하는 단체들 가운데 크고 영향력도 많은 곳 입니다. 한살림이 주축이 되어 생명평화를 추구하는 NGO들과 종교계가 뜻을 모아서 올 12월 대선에 생명평화의 가치가 반영된 정책을 제시하고 그것이 대선공약이 되게 노력했으면 합니다. 한살림이 나서주세요.

 

간디에 관한 일화입니다. 집에서 키우던 소가 늙고 병들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들이 소를 안락사 시키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간디는 생명을 죽일 수 없다고 반대했습니다. 가족들은 그렇다면 당신이 그 소를 책임지고 돌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소를 돌보자니 돌볼 수도 없거니와 그것이 소를 위하는 길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죽이기로 합니다. 이럴 때는 죽이는 것도 사랑일 수 있습니다. 어떤 때는 죽이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신을 중심에 두는 종교들은 인간의 판단과 능력을 너무 불신합니다. 그 때문에 죽이는 게 낫겠다는 인간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불교는 인간을 중심에 둔 종교입니다.

 

2천6백 년 전에 부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모든 신과 인간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대들도 자유를 얻고 법을 전하기 위해 떠나라”

 

2천6백 년 전 그 당시에는 신이 인간의 모든 것이 좌우한다는 것이 진리였습니다. 그런데 자기를 구원하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신을 믿건 안 믿건, 자기가 행하는 대로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신을 믿는 사람이라도 도둑질을 하면 도둑놈이 되는 것입니다. 자기 행하는 대로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에는 상식이지만 2천6백 년 전에는 파격이었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일이 돌아가신 부모님을 모시는 일입니까. 살아있는 사람들이 관계를 푸는 장입니다. 그걸 잘 하면 돌아가신 부모님과 조상님이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형제들끼리 갈등하고 반목하면서 제사를 거창하게 지낸다고 부모님이 편안해지시겠습니까. 싸울 수도 있습니다. 잘 싸워야 합니다. 갈등을 끝내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생떽쥐베리는 소설에서 사막에 불시착한 인간이 원수같은 사람이도 곁에만 있어주면 좋겠다고 쓴 구절을 읽었습니다. 인간은 혼자서는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습니다. 완전히 안전할 수도 없습니다. 어떤 존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도몽상(顚倒夢想) 하는 일이 많습니다. 실상을 보는 게 아니라 관념으로 보려고 합니다. 실상사 신도들 가운데 할머니들이 많으세요. 그 분들 가운데는 자식에 대한 원망이 꽉 차있는 분들이 많아요.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는 말을 하십니다. 그러나 과연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만 했습니까? 아까 생명의 원리는 사랑이 했습니다. 자기들이 사랑한 결과로 자식을 낳았습니다. 자식은 태어나준 것만으로 이미 자식의 역할을 다 한 것입니다. 자식을 원망하는 할머니들께, 그러면 그 자식이 없어졌으면 좋겠냐. 없어지면 보람이 있겠냐 되물어봅니다. 그러면 “에이 그런 건 아니지요.” 합니다. 자식도 관념으로 보고 실상을 보지 못하니까 그런 집착이 생기는 것입니다. 존재 그 자체로 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조계종이 요즘 시끄럽습니다. 종교도 규모가 커지면 재정이나 회계 같은 세속의 일이 당연히 생기는데, 이걸 인정하지 않고 일관되게 성스러운 부분만 있는 것처럼  소홀히 해오다보니까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입니다. 불교계가 특히 이런데 취약 합니다. 또 종단권력을 사이에 두고 다툼이 있으니까 이렇게 밖으로 소음이 터져나오는 것인데, 재산관리든 조직운영이든 이것을 합리적인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체계를 만들고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해야 합니다.

 

화쟁위원회는,  내가 종단이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오던 일이라 외면할 수 없어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도법스님은 5월 6일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화쟁이란 무엇인가? "위대한 사상가 원효스님의 사상이 바로 화쟁사상인데 장님 코끼리 만지기로 비유할 수 있다. 장님들이 코끼리의 전모를 모른 채 서로 자기가 아는 코끼리가 진짜 코끼리라고 우기며 싸운다. 누구는 코를 잡고 그것이 코끼리라 하고, 누구는 다리를 잡고 그것이 코끼리라고 주장한다. 원효스님은 장님들로 하여금 코끼리의 전모를 파악하게 하면 싸움이 끝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전모를 다 보는 게 쉽지는 않으므로 전모를 아는 누군가가 코끼리가 이런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해시켜서 그들이 그것을 인정하도록 하면 싸움이 멈출 것이라고 했다. 화쟁위원회의 역할도 그렇다. 자기가 보는 일부를 전부인 것처럼 여기지 않고 그래서 상대의 생각을 인정하도록 하면서 대화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화쟁위원회가 지금  쌍용자동차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22명이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는데 우리 사회가 해결을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 문제도 양측이 진영논리로만 문제를 바라봅니다. 보수와 자본가의 입장, 진보와 노동자의 입장이 힘겨루기를 하면서 서로를 굴복시키려고 합니다. 여기에 사람의 입장이 빠져있습니다. 서로를 굴복시키겠다는 입장이 아니라 국민의 관점,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기 위해 우선 종교계가 나서려고 합니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등 5대종단이 모여서 그렇게 하자는 의논을 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서울을 100일동안 순례하는 것입니다. 서울시청, 명동성당 등 서울에서 의미있는 100곳을 선정해 걸어서 찾아가는 겁니다.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고, 문재인도 부르고 박근혜도 부르고 안철수도 불러서 생각을 들어보는 겁니다. 국민들의 반응이 커지면 정부도 무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민원탁회의를 구성해서 양 진영의 극단적인 대립이 아니라 국민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 죽음의 행렬을 멈춰 보자는 것입니다. 이런 일에 한살림도 적극 나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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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15일, 도법스님께서 한살림연합 실무자교육에 오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새겨들을 내용이라 여겨져 메모한 내용을 정리해둔다. 도법스님께서 이날 하신 말씀을 들으며... 오늘 내가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은, 세상만물에 의지한 일이인데, 나를 살아가게 하는 당신과 이웃을 귀한 존재답게 대접하고 있었가... 하는 생각, 또다시 비로소 떠올렸다. 스님께서는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이것을 알아차리고, '관세음보살'을 외며 관세음보살의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려고 노력하면, 이것이 습이 되고 습관은 제 2의 천성이니, 나중에는 '절로절로' 그렇게 바라볼 줄 아는 힘이 생긴다고 하셨다. 

 

늘 스스로 감옥을 짓고 그 안에서 신음하며 사는 게 '습'인 내게, 유익한 말이었다.  

 

 

                                        ▲ 시민섹터정책기구가 매월 펴내고 있는 [사회운동]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니... 

2007년 일본 생활클럽연합, 생활클럽도쿄, 그리고 생활클럽이 세운 시민운동 정책연구소인 "시민섹터정책연구소" 를 방문했었다. 관련 기사를 모심과살림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려뒀었는데,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어쩐 일인지... 유실돼 검색이 안 됐다. 

혹시라도 자료가 필요한 분들이 있을 것 같아... 태그를 달아 블로그에 올려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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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심과 살림연구소는 2007년 5월, 일본 생활클럽연합회를 기반으로 설립된 '시민섹터정책기구'를 방문해 이 기구가 일본 시민사회에서 담당하고 있는 독특한 역할에 대해 알아보았다.

시민섹터정책기구는 예산의 대부분을 생활클럽이 대고 있으며 1981년에 연구소로 출발해  현재는 진보적인 학자들과 생활클럽 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협동조합운동, 사회적경제와 사회적 기업, 식량안전,지방자치단체 공공정책, 거버넌스 등에 대한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회의 성과는  자신들이 발행하고 있는 월간 '사회운동'에 소개하면서 일본 시민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 시민섹터정책기구는 생활클럽을 기반으로 탄생했지만 생활협동조합운동과 대안경제, 지자체의 공공정책연구, 거버넌스 등 시민사회운동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시민섹터정책기구 사무실이, 생활클럽 주택상담실과 옷을 만드는 워커즈콜렉티브가 함께 쓰고 있는  생활클럽 건물.  


■ 시민섹터정책기구

- 방문일시: 2007년 5월 10일
- 방문한 사람 : 윤형근(모심과살림연구소 부소장) 김성희(모심과살림연구소사무국장, 기록 ), 김재겸(한  살림고양파주 상무, 통역)
- 만난사람: 타카시 사와구치 (53세, 이사장) 카쓰요시 요네쿠라(52세, 전무)


▲ 시민섹터정책기구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두 사람. 타카시 사와구치 이사장(오른쪽)과 카쓰요시 요네쿠라 전무(가운데)

* 타카시 사와구치 (시민섹터 정책기구 이사장)

타카시 사와구치씨는 10개월 전에 시민섹터정책기구의 이사장이 되었다. 그 전에는 가나가와 생활클럽에서 상근 이사 등으로 23년간 근무했다. 학생시절부터 지역, 환경운동 등에 관심이 높아 자연스럽게 생활클럽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인연으로 가나가와생활클럽에 취업을 했으며 그곳에서 ‘리더’가 되었다.

가나가와생활클럽은 ‘대리인운동’, ‘워커즈콜렉티브’, ‘고령자복지’ 운동 등을 일본에서 최초로 시작했다. 또한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비누공장을 설립해 공장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렇게 새로운 운동을 제기하고 길을 열어온 일에 대해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가나가와 생활클럽은 는 3년 전 조합원 7만 명이던 시절, 5개의 단위생협으로 각각 분화 독립되었다. 21년 전인 1984년 조합원 3만 명이던 시절에 조합원들과 했던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분화독립이 진행된 그 무렵 타카시 이사장은 상근 이사로 일했다.

일본 생협들이 계속 합병하면서 규모를 키워갈 때 가나가와생활클럽이 분화독립을 단행하려고 하자 이사들 중에서도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굉장히 많았다. 사와구치씨는 당시 분화된 단위생협 중 가장 작은 생협의 상임이사가 되었다. 그는 생협 현장에서 꾸준히 활동을 펼쳐왔다.

그와 함께 일하는  카쓰요시 요네쿠라 시민섹터 정책기구 전무는 노동운동 등 다양한 운동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타카시 이사장은 생협운동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드물게 다양한 운동 경험을 가진 카쓰요시 전무와 호흡을 맞춰가며 조화롭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 카쓰요시 요네쿠라 (시민섹터정책기구 전무):

카쓰요시 요네쿠라 전무는 대학졸업 후 10년 동안 노동운동을 하다가 지역에 뿌리내린 운동이 필요하다는 자각에 따라 1988년부터 생활클럽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공급업무부터 시작해 조직담당 업무를 2년 정도 했다.

그 후 대리인운동으로 의회에 진출한 대리인 의원들의 정책스태프 역할을 했다. 시민섹터정책기구에는 2003년부터 근무하고 있다. 주요한 업무는 시민섹터정책기구가 발행하는 월간[사회운동]의 편집장 역할이며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법’ 대응 네트워크의 간사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노동운동, 생협운동은 각각은 강하지만 서로 네트워크 하는 일은 약하다. ”는 말을 했다.

* 시민섹터정책기구의 역사

생활클럽은 1965년, 사회운동의 수단으로 우유공동구매를 시작하고,  이를 통해 생협운동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물품구매자이면서 행정에 대한 요구자인데, (생활클럽은) 이들 조합원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협을 운영해왔다. 생활클럽은 생활의 요구가 아니라 운동을 위해 시작한 조직이다.

시민섹터정책기구는 1981년에 ‘사회운동연구센터’로 출발했으며, 1996년, 모심과 살림연구소가 겪고 있는 것처럼 생활클럽 본부와의 관계, 독립성 등에 문제가 어려워서 ‘시민섹터정책기구’로 변경했다. 생활클럽과 시민섹터정책기구가 어떤 관계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시민섹터정책기구로 바뀌기 전까지는 일반연구소처럼 운영되다가 명칭을 바꾸면서 총회, 상임이사회 등 운영체계를 맞추었으며, 두 가지 큰 변화가 생겼다.

① 독립성 : 생활클럽으로부터 독립성을 강화해 사회에 필요한 활동을 강화했다.
② 생활클럽으로부터 태어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지역, 단위 생협의 상무, 이사 등이 시민섹터정책기구의 상임이사로 많이 참여했다. (전체 10명의 상임이사 중 6명은 생활클럽 조합원 출신이고 4명은 상근임원들이다.)

○ 재정과 운영

시민섹터정책기구는 법인격은 아니고 임의단체다. 2006년 한 해 예산은 24,801,725엔이며 이 가운데 약 10%인 200만 엔을 개인 회원의 회비로 걷고 있다. 나머지는 단위조합 등 단체회비 1300만 엔, 생산자들이 내는 700만 엔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공공프로젝트 등은 가급적 하지 않고 있다. 경영문제에 지나치게 치중하게 되면 설립취지 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사회적 의제나 생활클럽운동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상근자는 이사장과 전무, 주임연구원 등 모두 6명이다. 그러나 이들의 인건비는 연구소 예산에 반영돼 있지 않다. 모두 생활클럽 단위 생협에 적을 두고 있으며 단위조직에서 급여를 대고 있기 때문이다. 다카시 사와구찌 이사장의 경우도 출신조합인 가나가와생활클럽에서 월급을 대고 있다.

- 가장 주요한 업무는 월간 「사회운동」을 발행하는 일이다. 개인과 단체 회원(연합회, 단위 생협, 워커즈 등과 생산자 단체 등)이 주요독자이며 4*6배판 70페이지 분량의 정기간행물로 매월 1천부 가량 발행한다. 이 가운데 900부를 회원들에게 발송하고 있다.

- 매년 총회를 개최하며 이사회는 1년에 2회, 상임이사회는 2개월마다 열고 있다. 상임이사는 주로 생활클럽의 연합회, 단위 생협 상근이사나 실무책임자 등 직원 등이다.

* 동경생활클럽은 올해가 40주년이고, 가나가와는 36년째다. 생활클럽이나 시민섹터정책기
구는 이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앞으로 5년이 중요하다.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할 것인지 모색하고 있다.  

* 다카시 사와구찌 이사장은 시민섹터의 활동을 더 활발하게 펼치기 위해 생활클럽에 대해  현재 부담하고 있는 2천만 엔에서 훨씬 더 늘려 6천만 엔까지 돈을 더 내라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한다. 시민섹터정책기구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이것을 평가해서 성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시민섹터정책기구를 회수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 시민섹터정책기구의 활동

1. 어소세이션 (association) : 강사비를 보조해서 회원, 단체의 주체적인 미니 포럼을 열게 지원하는 ‘미니포럼 지원제도’를 통해 회원을 늘려간다.

2. 조사연구

○ 연구회 운영
연구회는 시민섹터정책기구 상근자들이 담당연구원으로 참여하는 연구그룹을 운영한다.  2007년 연구의 방향은 협동조합운동, 사회적 기업, 식품 안전 등이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시장질서 안에서 협동조합은 사회적 기업과 동료라는 것을 배웠다. 사회적경제 분야에는 외부연구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식품안전분야는 식량정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이 분야 역시 생활클럽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다. 워크즈콜렉티브 분야에서는 젊은 학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으며, 공익법인제도개혁3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또한, 일본에는 노동자 협동조합이 없기 때문에 이를 위해 워커즈콜렉티브법을 추진하고 있다.

협동조합과 관련된 주제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로카쇼무라 플루토늄 처리공장에 대한 대응방향’ 같은 시민사회의 의제에 대해서도 의뢰가 들어오면 유럽의 유사사례 대응방향 등을 조사해 운동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운영중인 연구회

① 협동조합운동 조사연구 : 이 주제는 생활클럽과도 연관이 깊어 생활클럽 연합회도 비용을 함께 내고 있다. 협동조합법제정이나 국제협동조합운동에 대한 연구를 한다.  
* 협동조합법제화검토 프로젝트
② 사회적경제․사회적기업연구회
③ 먹을거리 안전 분야 조사연구
  * 식량정책연구회
  * 코덱스 연구회
④ 제 3차 워크즈콜렉티브법 연구회 :
⑤ 현대 association 연구회 -소장 사회학자들의 연구와 최신동향과 사례, 대중사회론, 전략적과제와 도전에 대한 연구
⑥ 자치체(지자체) 공공정책연구회
⑦ 참가형 거버넌스 연구회
⑧ 환경과학연구회

연구회가 진행한 연구 결과는 기관지인 「사회운동」에 발표한다. 여기 발표된 글들은 6개월쯤 지난 뒤에 홈페이지(http://www.prics.net)에 올린다.

3. 조사사업
4. (해외)협동조합 시찰
5. 국제연대
6. 여러 활동과의 연대
7. 사회경제세미나
8. 자주연구회 : 총회에서 연구방향만 검토할 뿐 회원들이 자주적으로 꾸려가는 연구모임이며 모두 6개의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 운영중인 자주연구회
① 번역네트워크, ② 환경과학포럼, ③시의 역사연구운동, ④감상과 비평회, ⑤정치이론연구회,⑥자조(自助)그룹

* 시민섹터정책기구의 독립적 성격에 대해:
생활클럽의 부속기구였다면 많은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는 생협법과 농협법 등이 각기 존재하는데, 협동조합기본법에 대해서는 연대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NPO, NGO, 시민운동단체, 농협 등이 각기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연대해야 하는데, 시민섹터정책기구가 그 매개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가나가와생활클럽에도 연구소가 있었지만 주로 생협의 실용적인 요구를 받아서 수행하는 성격이었고 이들은 대개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내부로 흡수되고 있는 추세다. 시민섹터정책기구는 독립적인적인 성격을 분명히 해 이들 생협연구소들과는 성격이 달랐다. 최근 수도권 생협의 연구소도 내부의 홍보, 교육 업무를 위해 흡수되었다.

물론, 생활클럽  내에서도 사회운동과 생협이 별개라고 말하면서 시민섹터정책기구 무용론은 주장하는 의견들이 있었다.  

- 생활클럽은 사회적 실천모델을 제시해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공동구입 제도는 주부들이 생활문제를 통해 사회의식을 갖게 했으며, 노인부양이 주부의 개인적인 일로만 치부되던 통념을 깨고 이것을 사회적 영역으로 가지고 들어오면서 여성의 일자리도 창출하는 식으로 워커즈운동을 진행했고, 장애인들이 일하는 비누공장이나 우유공장의 설립 등이 그 예다.
그렇지만 이런 활동들을 사회적으로 확장하는 데에는 조금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생활클럽 내부에서만 자족적으로 진행된 면이 있다.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제도를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과 연대해서 행정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소홀했다고 할 수 있다.

- 만약, 시민섹터정책기구가 생활클럽의 내부기구였다면 외부 시민사회와 연결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생활클럽의 사회적 의미를 시민사회에 알리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시민섹터정책기구는 생활클럽과 시민사회의 경계에서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상태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활동경험이 많은)사와구치 이사장이 취임하기 이전까지는 주로 단위생협 이사장을 역임하고 퇴임한 분들이나 학자들이 이사장을 했었다. 시민섹터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생활클럽이 너무 멀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운동의) 흐름을 공유하기 위해 생활클럽의 조합원, 실무책임자 등이 함께 시민섹터정책기구 운영에 참여하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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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岩根邦雄 (시민섹터정책기구 설립자)

“1986년 생활클럽에서 퇴임한 후 사회운동연구센터(시민섹터정책기구의 전신)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외부 시민사회와 관계를 모색할 수 있었다. 여기 기여한 것이 기관지인 「사회운동」(월간)인데 꾸준히 발간돼 32호 이상 발행된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연구소를 만든 목적은 외부 시민사회와의 관계를 위해서였다. 생활클럽을 객관화하고 이를 사회적 성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생활클럽의 실천운동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자기를 객관화하는 노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정부나 노동운동 등 사회운동들이 이것을 제대로 못해 흐름이 엉망이 되었다. 현실은 항상 움직이고 있다. 그 흐름을 주시해야한다.
남의 말을 듣기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에 열중해야한다. 야스쿠니 신사참배의 문제는 150년 전 불교를 탄압하면서 참배제도가 성립된 역사를 돌아보면 신사참배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조합원들도 자기 삶을 돌아봐야 한다. 스스로가 누리고 있는 윤택함이 과연 어디를 딛고 이루어진 것인가, 제 3세계 민중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기반한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생활클럽은 이런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했다.
내부를 성찰하는 일과 함께, 객관성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자민당은 모두 틀리고 사회당과 공산당은 모두 옳다고 말하는 사람은 신뢰할 수 없다”

■ 요시유키 후쿠오카 (생활클럽 연합회 전무)


▲ 생활클럽연합회 후쿠오카 전무(가장 오른쪽)는 모심과살림연구소, 한살림과의 정기적인 교류에 관심을 표명했다. 우선 시민섹터정책기구와 모심과살림연구소가 사회양극화, 고령화, 농업위기 등에 관한 공동연구 등 구체적인 사안을 통해 교류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한살림과 생활클럽의 교류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생활클럽연합회는 빌딩의 4개층을 쓰고 있으며 상근자 100명 정도가 같은 공간에 근무하고 있다.

* 모심과 살림 연구소(한살림)와 생활클럽의 교류에 대해

- 한국과 일본은 식량 자급률 하락, 고령화, 양극화 확대 등의 측면에서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어떤 면에서 고령화나 저출산은 한국이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함께, 동아시아로까지 지평을 넓혀서 공동모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구체적인 사안을 하나씩 교류하면서 관계를 쌓아나갔으면 한다. 교류의 창구는 우선 연구소와 시민섹터정책기구끼리 진행했으면 한다. 생활클럽은 한국의 특정 생협과 교류를 한다고 공표하는 식으로는 하지 않겠다. 교류는 폭넓게 진행하되 공통점이 찾아지면 여기에 집중하는 식으로 진행했으면 한다.

- 먼저 모심과살림연구소가 교류할 방향, 주제 등을 먼저 제시해주면 우리가 검토하는 식으로 했으면 한다. 공동연구, 발표회 심포지엄뿐만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교류가 되었으면 한다.

- 양극화, 고령화, 저출산 등의 주제를 교류의 테마로 삼았으면 한다.

- 연구소가 빨리 의견을 보내주면 시민섹터정책기구 총회가 7월에 개최되는데, 그 전에 정리해서 총회의제로 삼겠다.


<자료>   시민섹터정책기구에 대하여

2007년 5월 10일 이사장 사와구치

- 설립의 경과
1. 1981년 9월 사회운동연구센터 설립: 협동조합운동, 생산자, 에콜로지운동, 평화운동, 여성해방운동 등이 결집하여 새로운 생활의 질, 자연과의 공생, 지구시민적 국제관계, 자주관리의 사회시스템의 창출 등을 추진하기 위하여 다양한 네트워크의 무대로서의 사회운동연구센터를 공동으로 만들었다.
2. 1996년 9월 시민섹터정책기구 설립: 사회운동연구센터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시민을 주체로 하는 사회시스템 만들기에 기여하는 싱크탱크로서 생활클럽을 모체로 설립했다.

○ 개혁안 작성을 위한 기본시점
1) 인적, 운동적, 사회상황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서 있는 생활클럽운동, 사업이 앞으로 10년의 전망을 열어가는 데 있어서 더 적극적으로 또한 유효하게 공헌하기 위하여 주로 시민섹터정책기구의 조직적 위상 정립을 명확히 하고 경영 기반의 강화에 중점을 둔 개혁안을 제기한다.
2) 사회와 생활클럽운동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을 토대로 밖으로부터 생활클럽운동에 빛을 비추고, 생활클럽운동의 활동실천이 가진 가치의 사회성, 보편성, 미래성을 이론화하고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 생활클럽을 비롯한 회원단체나 회원 개개의 활동이나 사업의 자기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 자원을 가져오는 역할, 이 두 가지를 목적으로 하여 시민섹터정책기구의 개혁안을 제기한다.
3) 생활클럽운동 그룹의 싱크탱크로서의 모습이나 가능성, 그것을 위해 필요한 조건 등도 포함하여 더 중기적인 조직이나 운동의 모습을 전망하여 개혁안을 제안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가설을 세우고 실천하는 가운데, 지속적인 검토를 gorks다.

1. 시민섹터정책기구의 위상
1) 조직으로서의 위상은 생활클럽 각 단위조합, 연합회 전체의 싱크탱크로서 자리매김: 시민섹터정책기구의 조직으로서의 위상은 생활크럽 각 단위조합, 연합회 전체의 조직 합의와 지지를 토대로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할 것을 제안한다.
2) 역할로서는 생활클럽운동 그룹 전체의 싱크탱크로서 기능하는 것을 지향한다. 생활클럽 단 단위조합, 연합회만이 아니라 관련회사, 생산자, 워커즈, 네트 등의 생활클럽운동 그룹 전체의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지향한다.
3) 이유
  ① 우리들이 개척해온 ‘생활자’, ‘환경’, ‘커뮤니티 복지’, ‘커뮤니티 노동’, ‘먹을거리의 안심과 안전’, ‘(소재의) 추적가능성’, ‘무첨가’, ‘저농약’, ‘비유전자조작’ 등의 사회적 가치가 널리 시민권을 획득한 반면, 표면적으로는 같은 키워드나 표현을 연상시키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우리들 운동과 사업의 존재가치가 드러나기 어렵게 되고 있다.
  ② 또한 생협도, 농협도, 협동조합은 미국 정부, 다국적 기업에 의한 ‘글러벌스탠다드 전략’에 따르는 일본 정부의 방침 속에서 20세기의 유물로 전락하여, 그 존재의의나 존립기반이 위험스러워지고 있다.
  ③ 일본생협연합회가 ‘농업, 식생활에 대한 제언’에서 시장 측에 노를 빼앗기고, 농업생산자를 비롯하여 다방면으로부터 생활클럽에 대한 기대가 좋든 싫든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만약 생협총합연구소가 앞으로 일본생협연합회의 ‘싼 가격 노선’을 이론적으로 첨예화하여 안팎으로 메시지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한다면, 그에 대하여 생활클럽운동 그룹은 어떻게 기치를 선명하게 세울까를 안팎에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④ 이런 점들을 살펴볼 때, 우리 생활클럽생협 그룹은 ‘간단편리, 싼 가격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먹을거리와 생활’ 등과 같은 말은 연출된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생산현장이나 사회의 현실을 철저히 분석하여, 사실을 명확하게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그와 동시에 ‘시간과 공간이 가진 풍요와 그것을 활기차게 하기 위해 져야 하는 위험, 이 양자를 생산자와 함께 공유하고, ꡔ생산하는 소비자의 운동ꡕ으로서 정말 풍요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생활클럽 공동구입운동, 생활클럽운동 그룹의 운동, 사업의 가치를 보다 객관적, 사회적으로 드높여서 사회에 침투시키고, 공감을 넓히고, 공세를 펼쳐야 한다. 시민섹터정책기구는 ‘생활클럽운동 그룹 전체의 싱크탱크’로서 그 활동의 첨단에 설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을 담당하고 효과적으로 조직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위하여 지금 시민섹터정책기구의 위상을 근본적인 재구성과 그것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2. 역할과 기능
1) 싱크탱크로서의 역할과 기능    
① 실천과 이론이 자유롭게 왕복하게 연결하는 역할: 시민섹터정책기구는 활동현장이나 생산현장의 실천 가운데 앞으로의 운동, 사업의 전개를 여는 데 필요한 힌트나 사례를 불들어, 그 활동실천이 내포하는 가치의 사회성, 미래성, 보편성(국제성)을 선명하게 또한 첨예하게 이론화하고, 이것을 내외에 발신하여, 그것이 또한 새로운 실천과 참가를 부르는 마중물이 되도록 실천과 이론이 자유롭게 왕복하게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② 이론연구, 조사기능
  - 공동구입운동, 협동조합운동, 워커즈 운동, 시민자치운동 등 시민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클럽운동의 가능성을 넓히는 데 공헌하기 위한 운동론, 조직론의 연구와 실태의 조사, 분석 기능.
  - 시민의 주도로 생활의 풍요를 실현하기 위한 현장의 활기찬 활동실천을 막는 현행의 협동조합법제, 농지법, 도시계획법, 상속이나 생산의 모습, 식품표시제도 등의 법제도, 사회제도의 과제와 대책의 연구 기능. 정부, 자치체 정책, 보조금 정책 등의 정보수집과 활용법의 연구 제안 기능.
  - 그것을 위한 새로운 학자, 연구자, 저널리스트와 네트워크 만들기 기능, 공동연구 등의 조직화 기능, 협동조합학회, 공생사회 시스템 학회 등과의 연대 제휴 기능.
③ 대안적인 사회 만들기를 위한 프로모터 기능: 가령 생산자와 생활자가 임업, 농업, 어업 등의 다면적 기능을 ‘놀이, 공부, 일’ 각각의 각도로부터 운동화, 조직화, 사업화해 가는 것을 이론적, 실천적으로 지원하는 프로모터 기능.
④ 느슨한 시민적 연대의 ‘광장’ 기능: 비누와 환경, 유전자조작 문제와 자급력의 향상, 워커즈 법제와 참가형 복지 등의 문제해결을 향한 기본적 자세나 목적을 함께 하는 생협 등의 협동조합, NPO, NGO, 시민조직이나 노동조합 등과의 느슨한 시민적 연대의 ‘광장’ 기능.
⑤ 시민 차원의 국제연대 추진 기능: 협동조합, 지구환경, 식량, 농업, 기아(飢餓), 평화, 종(種)의 문제 등에 대한 시민조직 차원, 협동조합 간의 정보 수집과 생활클럽운동의 세계에 대한 발신 기능.
⑥ 미디어 기능
  - 적어도 조합원 리더나 임직원, 생산자, 워커즈나 네트의 리더 등, 생활클럽운동 그룹의 현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그 전략이나 메시지를 지역에서 발신하기 위하여 반드시 들여다보는 미디어, 의존하는 미디어로서의 기능
  - 조합원, 워커즈, 직원, 생산자, 네트, 연구자 등이 그 활동을 사회적으로 제안하기 위한 상호교류, 공동연구 등이 태어나는 ‘장’으로서의 기관지, 홈페이지, 출판 등의 대안 사회 형성을 위한 정보발신 기능, 미디어전략 기능.
  - 식량문제, 농업문제, WTO 문제, 유전자조작 문제 등의 전문적인 정보의 데이터화, 문자화, ‘바로 쓸 수 있는 정보화’ 기능, 제 때 제공 기능.
⑦ 최종적으로 제도나 사회적 틀을 바뀌기 위한 정치적 채널을 찾고 연결하는 기능.
⑧ 이런 중차대한 시점을 넘어서기 위하여 위와 같은 기능을 전체적으로 발휘하는 것을 통해, 주로는 더 ‘자유로운’ 입장을 최대한 활용하여, 생활클럽운동을 사회에 발신하고, 그 이해와 인지를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2) 싱크탱크로서 해야 할 2007년 주요 테마
○ 21세기의 생활클럽운동 그룹의 사회적 사명과 그 실현을 향한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는 열쇠가 되는 테마에 집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① ‘협동조합의 위기’ 실태와 과제의 분석
② 새로운 협동조합 이론의 구축과 제도개혁을 향한 사회적 연대의 틀 형성: 협동조합-NPO-공익법인-주식회사의 비교연구,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 연구, 생산자-소비자 제휴 협동조합의 이론 실천 연구
③ 국제협동조합운동 연구와 ‘협동조합 여행’의 입안, 실시를 중심으로 한 국제연대의 본격화
④ 식량, 농업 문제의 실태와 과제와 대책의 조사, 정책화
⑤ 종 다양성의 문제, 유전자 조작 문제, 세계무역기구, 코덱스 등의 조사, 대책 입안과 제안
⑥ 시골과 도시의 연대, 생산자-소비자 협동을 통한 농업에 대한 생산 참여, 귀농 지원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연구, 조사, 정책 제안, 실천 지원

3. 조직형태, 직원의 인사와 소속, 경비 부담에 대하여
1) 조직 형태: 시민섹터정책기구의 조직형태는 현재까지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독립한 임의단체 조직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 시민섹터정책기구를 ‘생활클럽운동 그룹 전체의 싱크탱크’로 자리매김, 생활클럽운동의 정신을 사회에 넓이는 것을 그 싱크탱크로서의 최우선 과제로 한다.
- 또한 NPO법인화 등의 “모습”을 만드는 것도 검토해 봄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그것에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다면,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생활클럽운동의 중요한 시점에서 조직 공헌을 하지 못하는 가능성이 있어, 본말전도가 될 수 있다.
- 임의단체라는 사회적으로는 불안정한 조직형태를 취하면서도 그 주체성과 능력을 효과적이고 조직적으로 발휘하는 것을 통해, ‘생활클럽운동 그룹 전체의 싱크탱크’로서의 시민섹터정책기구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안팎의 평가를 스스로의 노력으로 획득하고, 그 결과로서 법인격의 독립을 확립해 간다는 과제에 도전해야 한다.

2) 직원 인사 및 소속: 시민섹터정책기구의 인사는 관련회사와 마찬가지로 연합회를 통한 조정사항으로 한다. 시민섹터정책기구의 직원은 연합회로부터 파견되는 것으로 한다. (단위조합 직원도 연합회에 파견되어, 시민섹터정책기구로 파견된다.)

4. 직원 체제, 협력연구원, 협력 스텝
1) 직원 체제는 이사장, 전무이사 포함 현행 6명 체제인데, 2008년도부터의 직무집행체제를 시뮬레이션하여 2007년부터 점차 실시하는 것으로 한다.

2) 선임연구원은 현재 1명이지만, 국제협동조합 연구 등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테마에 대해서는 조합원이나 워커즈 리더 네트 리더 경험자, 연구자나 대학원생 등에도 인재를 찾아 협동연구원, 협력스텝 제도를 만들어 차세대의 연구자들을 찾는 것도 검토한다.

3) 전임스텝 체제와 각 단위조합이나 회원단체로부터의 연수 파견의 모습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검토과제로 한다.  

5. 기관지에 대하여
- 차세대를 향해 시민이 주체성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운동을 이어나가기 위하여 ‘사회운동으로서의 협동조합, 재고(再考)’ 프로젝트를 세워, 그 현대성과 미래성을 국내외에서의 새로운 움직임을 응시하면서 연구자를 중심으로 이론연구를 시작한다.
- 그것을 토대로 소프트한 측면, 하드한 특면을 포함하여 월간 <사회운동>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검토하여, 2008년에는 기관지의 쇄신을 목표로 한다.     끝.

*  참고로, 같은 기간동안 방문했던 생활클럽연합, 생활클럽도쿄에 대한 방문보고서도 첨부파일로 달아놓았다.




배추파동은 배추만의 문제로 끝날까?  살림이야기 2010년 겨울호 특집은 "배추, 그대 무사한가" 입니다.
배추파동은 식량대란의 전주곡이라는 천규석 선생의 글부터, 중국배추 수입에 대한 자세한 속사정,
배추는 어떻게 배추가 되었는지, 순무와 유채가 만나 배추가 되기까지의 과정, 유기농 배추농사를 짓는 박남완 농부의 글.... 등 배추를 키워드로... 기후변화, 식량문제 등을 깊이 따라 읽을 수 있습니다.

광고가 전혀없는 유기농 계간지, "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조화로운 생명세상"을 꿈꾸는 살림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한겨레신문에 물가폭등시대에도 불구하고 한살림은 변동없는 가격에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consumer/441856.html

실제로 시중에서 배추 한 포기가 1만5천원 넘게 팔린다는 뉴스가 나올 때도 한살림은 예전과 다름없이 1770원에 물품을 공급했고, 수급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품절돼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살림 물품가격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를 소개하는 기사는 반갑지만, 자칫 한살림에 가면 싼값에 유기농채소를 살 수 있다는 식으로만 비쳐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여겨진다.

수요와 공급이니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니... 하는 말들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시장경제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등장하는 말이다. 한살림은  싼값과 높은 이윤 추구라는 시장의 일반적인 논리와는 다른 대안적 질서를 추구하면서 출발한 운동조직이다. 적정한 가격.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양심적으로 짓는 유기농 농부들이... 그러한 방식의 농사를 지속할 수 있는 적정한 가격... 이 한살림 세상의 '값'에 대한 논리라면 논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살림의 초창기 농부들은, 양심의 명령에 따라 스스로 화학비료와 농약 치는 일을 거부했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고 한다. 지난 여름에 취재하러 갔던 경북 상주의 최병수 생산자 같은 분은 몇년 동안 돈을 받고 팔 만한 사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아무 맛도 없고 쪼그라들어 형편없는 그 사과를 '즙이라도 내 먹을겠다' 며 반 강제로 수매해준 ... 한살림의 초창기 소비자들의... 응원 덕분에 그런 방식의 농업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동안 그의 아내는 고속도로 휴게소 판매원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어와야 했다고 한다. 농약을 친 관행적인 상주포도가 시장에서 높은 값에 팔릴 때도 그들은 유혹을 뿌리치면서 온 가족이 고난을 견뎠다.

우리나라에 지금과 같은 방식의 생활협조합운동이 확산된 데에는.. 한살림운동을 시작한 초창기의 운동가들, 고난을 견딘 생산자들과 그들을 응원하며 인내한 소비자들의 노력이 밑거름이 되었다고해도 전혀 지나침이 없다. 

이러한 과정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할 것이다. 
요즘은 일부 생협들 가운데도 자기들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 농부들을 쥐어짜는가하면, 외국에서 수입유기농산무을 사대기 바쁜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자본의 논리에 포박돼 왜 이 땅에서 유기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생활협동조합 운동이 태동됐고, 무엇을 향해 험난한 길을 걸어왔는지를 망각한 까닭일 것이다. 

이번 일로 한살림이 '너무 비싼 물품을 판다'는 근거없는 오해는 많이 불식될 것 같다. 그러나 반대로 자칫, 한살림에 가면 값싼 유기농 채소가 있다...는 식으로 가격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일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살림의 작동원리와 역사를 망각한 채, 거칠게 등락하는 시장상황에 따라 몰려왔다가 시장 가격이 떨어지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면... 신뢰에 기반해 어렵게 생명농업의 기반을 다져온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이다.



 



지난 해부터 김선미가 땀흘린 결과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나왔다.
이번에는 우리가 먹는 밥에 대한 이야기다.
말하자면, '죽음의 밥상'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논리가 우리의의 관계를 파괴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상품의 논리가 밥상을 위태롭게 만들었다면, 자본의 논리를 뛰어넘어 생산자와 소비자, 도시와 농촌의 신뢰관계를 복원하고, 아니 그보다도 먼저,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복원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면서 서로를 위하는 대안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것... 그것이 한살림의 논리라고 할 수 있다. 한살림은 1986년 그런 생각으로 출발했다.

▲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도시의 소비자들과 힘모아 유기농 배추농사를 짓는 해남의 참솔공동체 농부들.  

김선미는 한살림을 통해 생산자 농민들의 진정어린 노력을 이해하게 되었고 감동했다.
또한 늘 감사한 마음으로 생산지에서 보내오는 생명의 먹을거리로 밥상을 차린다... 그것이 그의
신앙이기도 하고 신념이기도 할 것이다.

▲ 우리 잡곡은 시장가격만 따진다면 이미 이 땅에서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한살림 잡곡의 상징적인 생산지 괴산의 경동호 생산자  

"무엇을 먹는가... 가 바로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한다" 이 말에 언뜻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먹는 쌀과 밀, 고기와 채소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길러진 것인지 ...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을 기울인다면, 나의 '먹는 행위'는 우리가 의도하든 그렇지않든  대단히 정치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으며 우리와 우리 자손들, 그리고 우리 후손들의 안녕에 직결된 행위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올해는 특히 기후변화 때문에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시중의 식재료들이 벌써부터 가격이 폭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면 거의 95%이상의 먹을 거리를 해외에서 사다먹는다. 그들 대부분은 거대 식량메이저들이 가장 싼값에 기르거나 사들여서 최대한 이윤을 많이 남기는 방식으로 파는 상품들이다. 먹는 사람의 건강이나 행복 같은 것은 안중에 없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 아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고 있다. 신혼부부들이 아이를 갖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태어난 아이들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일이 쉽지않다.

'살림의 밥상'은 17년차 주부인 김선미가 ... 밥에 대해 스스로 깨달아온 일들과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건강한 ... 밥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면서 공부한 결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쌀, 과 밀 옥수수 등 작물에 대해 읽다보면 우리 쌀의 운명을 걱정하게 되고, 대부분 유전자조작작물인 수입옥수수나 식용유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안으로 건강한 곡물을 기르고 있는 한살림의 유기농 농부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이들의 생각을 적은 내용들도 있다.

고기, 육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는 12kg 이상의 곡물사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인류가 지금처럼 고기를 많이 먹는 한 지구 생태계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서구인들처럼 중국과 인도 사람들이 육류섭취를 늘린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대개의 공장형 축산을 통해 생산된 고기들은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로 범벅된 것들이며 이들은 우리 몸안에 축적돼 생체리듬을 교란한다.

먹을거리가 이래서서는 안된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전국에서 대안적인 생태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한살림의 농부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농업과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들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한... 밥에 대한 공부 결과가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겨레신문 서평 기사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40815.html
출판평론가 한기호씨의 소개기사 http://blog.naver.com/khhan21/110094208529



감자 한 박스 사무실에 배달돼왔다. 지난 겨울 보은으로 귀농한 ㅈ의 첫 수확인 셈이다.
 아마도 제대로 큰 놈들은 돈을 받고 내고 남은 놈들인지 감자는 잘고 애처롭다

지난 봄 일손돕기 한다며 그 깊은 산골에 가서 보니.
 얼핏 문약해 뵈던 그는 구릿빛 근육질의 사내로 변해 있었다.

마을에는 말 나눌 젊은이도 없고 그의 일고여덟살 딸과 아들은
함께 놀 동무들이 없어 남매끼리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다녀온 뒤로 한동안 산골에 두고온
그들 가족이 생각나 마음이 어수선했었다.

서로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두 부부의 도타운 정이 아니라면...
 그 고적한 적막감을 과연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혀끝에 아릿한 통증을 남기는 잔 감자를 먹으며...
남 일 같잖은  산골의 네 가족을 떠올린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계간지[살림이야기]만 펴내던 도서출판 한살림에서 1989년에 발표된 '한살림선언'의 전문과 이를 다시 읽고 해석한 '한살림선언다시읽기'가 수록된 [죽임의 문명에서 살림의 문명으로-한살림선언/ 한살선언다시읽기]를 펴냈다.  변형국판(130*200, 178p 8,000원모심과살림연구소편 도서출판 한살림 펴냄)
 
[한살림선언]을 재해석하고 이를 기초로 현 시점에 맞는 사회운동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죽임의 문명에서 살림의 문명으로](부제, 한살림선언∥한살림선언 다시읽기 / 도서출판 한살림)가 7월 12일 발간됐다.

1989년 발표된 [한살림선언]은 한살림운동을 시작한 무위당 장일순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 결성한 [한살림모임]이 1년간 생명의 눈으로 시대의 흐름과 산업문명을 진단하고 사회운동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중요한 문건으로 주목되어왔다. 한살림선언은 시대를 앞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두 산업주의 세계관에 뿌리를 두고 있어 이들의 관점은 태생적으로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이 불가능한 죽임의 세계관이라는 점을 통찰하고 우주생명의 일원으로서 사람과 자연이 조화와 공존을 이루고 도시와 농촌이 서로 돕는 호혜적인 관계를 모색하며 한살림운동, 한살림생활문화운동을 제시하고 있다.

도서출판 한살림이 새로 펴낸 [죽임의 문명에서 살림의 문명으로](부제, 한살림선언∥한살림선언 다시읽기)에는 1부에 [한살림선언]이 전문 수록되어 있으며, 2부 [한살림선언 다시읽기]에는 지난 2년간 모심과살림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된 관련 토론과 연구 등의 결과들이 정리되어 있다. 모심과살림연구소는 이를 위해 2008년부터 ‘한살림선언 다시읽기’ 모임을 비롯한 다양한 공부모임과 토론회 등을 진행해왔으며, 이를 통해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적확한 한살림선언의 시대적의미를 찾는 데 노력해왔다.

1980년대 말 [한살림선언]의 집필에도 함께 참여했던 박재일 사)한살림 명예회장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 공생의 가치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며, [죽임의 문명에서 살림의 문명으로]가 더 좋은 삶과 사회를 꿈꾸는 운동가, 활동가, 일반인들에게 그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도서구입 문의_도서출판 한살림 02)6931-3612, www.salimstory.net

<< 책의 목차 >>
다시 한살림을 선언하며
편집자의 말
「 1부 」 한살림선언
생명의 지평을 바라보면서
산업문명의 위기
기계론적 모형의 이데올로기
전일적 생명의 창조적 진화
인간 안에 모셔진 우주생명
한살림

「 2부 」 한살림선언 다시읽기
한살림세상을 희망하다
또 하나의 역사
한살림선언의 탄생

영동 옥잠화 공동체 서순악 선생을 만나고 왔다.
12월 중순에 어린이집 새 건물이 완공된다고 한다. 준공식때 오시는 손님들께 대접할
구절초 꽃차. 꽃을 황토방에서 건조시켜 만드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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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을 붓고 마른꽃이 활짝 필 때까지 기다리다보면 꽃잎보다 향기가 먼저 살아나
후각을 자극한다. 꽃을 곱게 말리기 위해 핀셋으로 정성껏 뒤집었을 수고를 잠시 떠올리게 한다.

영동사람들에게는 한 병에 6천원, 서울 사람들에게는 1만원에 파신다고 한다.
차를 팔아 모은 돈으로는 어린이집 비품을 사기도 하고, 준공식날 오실 손님들께
대접하고 선물로 줄 유리찻잔을 사기도 할 생각이라고...  

엄마학교의 서형숙 선생이 기꺼이 100병을 대신 팔아주시겠다고 했대서
서울로 실어다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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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 골짜기에 번듯한 어린이집이 들어서기까지는 서순악 선생의 눈물겨운 노력이 스며있었다.
영동만해도 형펴 되는 집에서는 대단위 아파트단지 근처의 큰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보내려고 하고

이 골짜기 어린이집에는 외딴집에 사는 아이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라... 어린이집이 무슨 돈벌이를 염두에 둘 형편도 아니라고 한다. '재들 다 안고 가야해요' ... 어린이집 나서는 아이들을 보면서
선생은 웃음을 머금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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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차를 마시다보면...
그 꽃을 지나갔을 시간들... 밤과 어둠 이슬의 아침과 비바람과 햇살까지...
응축된 그 순간들이 하나의 향기에 뒤섞여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꽃병에 '꽃이 사람되고 사람이 꽃 되는 차'라고 써놓으셨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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