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문재형

 

문명의 전환과 새로운 생활양식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 스치다다카시 선생을 모셔와 강연을 열었다. 바빠서 가볼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뒤늦게 뒷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들었다. 박맹수 선생께서 통역을 하셨다. 순차통역은 긴장이 늘어지는데다, 일을 하다가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으로 이동한 탓도 있었고, 처음에는 지당한 말씀만 하는 것 같아서... 좀 졸았다. 그러나 뒷부분에 이야기가 점점 재미있어져... 핸드폰으로 메모를 했다.

 

메시지는 대개 이런 것들이었다. 문명, 물질의 풍요, 경제성장이 과연 당연한 일인가? 일본 원전사고는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고 물질의 풍요를 추구한 결과 빚어진 필연적인 사고였다. 원전없이도 살 수 있다. 돈의 논리와 생명의 논리(이 점은 며칠 전 도법스님 말씀과 똑같다.) 는 확연히 다르다. 돈은 권력을 추구하고 권력을 통해 더 많은 돈벌이를 위해 약자들을 희생시킨다. 생명은 서로 협력하고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국적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단순소박한 삶, 유기농업을 확대하면서 문명의 새 장을 열어나가자. 겁내지 말고 당황하지 말고, 공생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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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재형

 

 

일본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   일본의 (후쿠시마와 핵사고가 빚은)비극은 침략전쟁을 반성도 하지 않은 채 풍요로운 사회, 돈만을 위한 사회를 추구한 결과로 빚어졌다. 돈은 가지면 힘을 갖게 된다. 그 힘은 약자를 희생시켜 더 많은 돈을 추구한다. 생명은 정 반대다. 서로 협력하고 의지할 수밖에 없다. 돈이 힘을 가지면 생명은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먹을거리는 생명이다. 먹을거리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변질된다. 그러나 돈의 논리는 먹을거리를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본다. 시장에 오래 남겨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식품첨가물을 넣어 변질을 막는다. 농약을 친다. 그 때문에 암과 난치병이 늘어났다. 이것이 문명이다. 후쿠시마에도 똑같은 원리가 작용했다. 돈을 추구하는 이런 사고방식이 필연적으로 이 사고를 불러온 것이다.

 

원전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버리자. 경제(經濟)는 경세제민(經世濟民),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였는데 언젠가부터 돈벌이만을 떠올리게 되었다. 원전을 둘러싸고 숱한 이권이 움직인다.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이 수만 년 동안 인류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데 이런 것은 은폐된다. 유기농은 생명의 위기를 넘어서는 길 가운데 하나다. 생명은 숲과 대지 초원에 의존한다. 한국과 일본에는 숲이 울창하다. 그런데 이 가치를 간과한다. 일본은 지하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산업을 일으켜 무역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숲과 초원은 수많은 생명이 서로 작용한 결과 유기물이 쌓여 생겨났다. 숲은 농약 없이도 유지된다. 수많은 생명이 서로 의지하고 영향을 주면서 건강한 숲을 유지한다. 유기농업도 이러한 원리를 농업에 도입한 것이다.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조상들로부터 많은 지혜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물질이 풍요로운 사회가 되면서 그 지혜를 잃어버리고 있다. 진정한 자원은 지하자원이 아니라 지혜다. 이러한 지혜와, 궁리할 줄 아는 힘,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원이다.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이러한 지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을 하는데 문명의 새로운 길이 있을 것이다. 돈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통하는 관계, 함께 더불어 기뻐하는 관계.

 

돈의 논리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분리시킨다. 생명은 그렇지 않다. 서로가 이어져 있다. 돈만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면 관념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생명은 본래 그렇게 살아왔다.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는가.

사람은 간단히 죽지 않는다. 누구나 죽을 때까지 산다. 그것은 확실하다. 우리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맛있는 것을)많이 먹으면 병에 걸린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소박하게 살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일본 속담에 주어진 것을 팔부(80%)만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 먹는 양의 절반만 먹으면 식량위기도, 만연한 질병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나는 지난 4월18일부터 5월5일까지 교토에 있는 도쿄전력 칸사이 지부 앞에서 원전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18일 동안 단식을 했다. 그런데도 지금 건강하다. 그런 확신과 용기 없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갈 수 있겠는가.

 

돈을 강조하는 사회는 비극을 불러온다. 한국도 그런 길로 가고 있잖은가. 이것을 극복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몫이다. 일본 원전은 남은 50기가 모두 멈췄다. 그럼에도 전기가 크게 모자라지 않은 상황이다. 재가동을 획책하는 세력이 있지만 아껴 쓰고 (친환경재생에너지를)스스로 발전을 해 쓰려는 노력들이 생겨났다. 전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전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겨왔다. 더울 때는 땀을 흘리고 추우면 와들와들 떨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덥다고 에어컨 냉방, 춥다고 전기난방을 하니까 건조해져서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긴다.

 

단순소박한 삶이 답이다. 값싼 원료로 노동력을 착취해서 대량 생산을 하고 더 많이 파는 일로 이익을 추구하는 다국적기업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소박한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새로운 문명을 열어갈 수 있다. 겁내지 말고 당황하지 말고 공생의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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