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에 물가폭등시대에도 불구하고 한살림은 변동없는 가격에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consumer/441856.html

실제로 시중에서 배추 한 포기가 1만5천원 넘게 팔린다는 뉴스가 나올 때도 한살림은 예전과 다름없이 1770원에 물품을 공급했고, 수급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품절돼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살림 물품가격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를 소개하는 기사는 반갑지만, 자칫 한살림에 가면 싼값에 유기농채소를 살 수 있다는 식으로만 비쳐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여겨진다.

수요와 공급이니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니... 하는 말들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시장경제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등장하는 말이다. 한살림은  싼값과 높은 이윤 추구라는 시장의 일반적인 논리와는 다른 대안적 질서를 추구하면서 출발한 운동조직이다. 적정한 가격.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양심적으로 짓는 유기농 농부들이... 그러한 방식의 농사를 지속할 수 있는 적정한 가격... 이 한살림 세상의 '값'에 대한 논리라면 논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살림의 초창기 농부들은, 양심의 명령에 따라 스스로 화학비료와 농약 치는 일을 거부했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고 한다. 지난 여름에 취재하러 갔던 경북 상주의 최병수 생산자 같은 분은 몇년 동안 돈을 받고 팔 만한 사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아무 맛도 없고 쪼그라들어 형편없는 그 사과를 '즙이라도 내 먹을겠다' 며 반 강제로 수매해준 ... 한살림의 초창기 소비자들의... 응원 덕분에 그런 방식의 농업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동안 그의 아내는 고속도로 휴게소 판매원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어와야 했다고 한다. 농약을 친 관행적인 상주포도가 시장에서 높은 값에 팔릴 때도 그들은 유혹을 뿌리치면서 온 가족이 고난을 견뎠다.

우리나라에 지금과 같은 방식의 생활협조합운동이 확산된 데에는.. 한살림운동을 시작한 초창기의 운동가들, 고난을 견딘 생산자들과 그들을 응원하며 인내한 소비자들의 노력이 밑거름이 되었다고해도 전혀 지나침이 없다. 

이러한 과정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할 것이다. 
요즘은 일부 생협들 가운데도 자기들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 농부들을 쥐어짜는가하면, 외국에서 수입유기농산무을 사대기 바쁜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자본의 논리에 포박돼 왜 이 땅에서 유기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생활협동조합 운동이 태동됐고, 무엇을 향해 험난한 길을 걸어왔는지를 망각한 까닭일 것이다. 

이번 일로 한살림이 '너무 비싼 물품을 판다'는 근거없는 오해는 많이 불식될 것 같다. 그러나 반대로 자칫, 한살림에 가면 값싼 유기농 채소가 있다...는 식으로 가격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일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살림의 작동원리와 역사를 망각한 채, 거칠게 등락하는 시장상황에 따라 몰려왔다가 시장 가격이 떨어지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면... 신뢰에 기반해 어렵게 생명농업의 기반을 다져온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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