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한 박스 사무실에 배달돼왔다. 지난 겨울 보은으로 귀농한 ㅈ의 첫 수확인 셈이다.
 아마도 제대로 큰 놈들은 돈을 받고 내고 남은 놈들인지 감자는 잘고 애처롭다

지난 봄 일손돕기 한다며 그 깊은 산골에 가서 보니.
 얼핏 문약해 뵈던 그는 구릿빛 근육질의 사내로 변해 있었다.

마을에는 말 나눌 젊은이도 없고 그의 일고여덟살 딸과 아들은
함께 놀 동무들이 없어 남매끼리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다녀온 뒤로 한동안 산골에 두고온
그들 가족이 생각나 마음이 어수선했었다.

서로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두 부부의 도타운 정이 아니라면...
 그 고적한 적막감을 과연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혀끝에 아릿한 통증을 남기는 잔 감자를 먹으며...
남 일 같잖은  산골의 네 가족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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