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때문에 울었다.


서울 광장에서 그가 대선때 불렀다는 상록수 가운데
'...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하는 대목이 울려퍼질 때,
그의 실패가 우리 모두의 실패인 것 같이 여겨져 눈물이 났다.
또한 그가 즐겨 불렀다는 해바라기의 노래 가운데,
' 우리 살아가는 동안 할 일이 꼭 하나 있지... 바람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이 구절에서도 역시 감정이입을 되어 누선을 자극했다. 살아가는 동안... 살아가는 동안...
그가 바람부는 벌판에서 외롭게
세상에 홀로인듯 걸어갔을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장례가 끝났다.
불교의 생사관에 따르면 그는 49일동안 중음신으로 구천을 떠돌다가
49제를 치른 뒤 영원히 저승으로 떠날 것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처럼 그의 죽음 앞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를 비판한 것은 그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에 대한 항의였지,
세상에서 죽어없어지라는 저주는 아니었는데,
그는 벼랑에서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 그의 절망이 그토록 컸을 것이다.

우리는 그에게 열광하고 환호했으나 이내 실망했다. 
 때문에 권력의 속성이란 이런 것인가...절망했고
그를 욕하며 버렸다.
그의 주변에 있는 참모들, 386세대들의 허물이 들려올 때마다
'그럼 그렇지 권력지향의 네 놈들이 하는 짓이...' 이렇게 혐오했었다.

그런데, 정말 이해가 안되는 것은...
도대체 왜, 후보시절의 그와 대통령이 되고 난 후의 그가 그토록 달라져야 했는가.. 였다.
사실은 우리가 그를 버린 게 아니라
그가 우리를 버렸다고 해야 좀 더 정확한 표현 아닐까... 왜 그래야 했을까.
명분없는 침략전쟁인 이라크 파병이나...
농민들을 때려죽이면서까지 일방적으로 추진한 한미FTA...
대추리 미군기지이전 문제를 보면서...우리는 도저히 그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를 욕했다.
그는 대통령이었고, 국군 통수권자였으며 경찰력을 동원할 수 있는 권좌에 있었고
우리는 무기력한 개인이었고 시민이었다. 그래서 그를 원망했고, 마음에서 그를 버렸다.
이 때문에 그는 임기 말년에 혼자가 되었다.
그가 미국과 FTA를 추진한다고해서 조중동이 그를 지원할 리 만무했다.
시민사회는 당연히 그와 적대적인 관계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명석하고 논리적이며 정의롭까지 했던 그가...
도대체 왜 그런 길을 갔는지
나는 지금도 잘 이해가 안된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어렴풋이나마 짐작해본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없는 것 같다.
그가 시민사회를 배신하며 추구한 정책들은 하나같이 미국과 관련된 것들이다.
우리는 온전한 자주독립국가가 아닌 게 분명하다.

미국이 멱살을 틀어쥐고 '자주? 너 죽을래?' 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대를 당장의 국익과 무관하게 이라크에 파병해야 하고,
광우병 걸린 미국소고기도 수입해야 되고, 미국과 국토가 연결된 캐나다 멕시코처럼
세계에서 가장 앞장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도 체결해야 하는 게
우리나라인 모양이다.

이 때문에 그는 지지세력과 등을 질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그는 혼자 외톨이가 됐기에, 이명박 하이에나 일당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물어뜯겼다.
시민사회가 그를 굳건히 지지했던들...그렇게 함부로 물어뜯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미국에 종속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된 때문이 아닐까.

노무현같이 자존심과 자의식 강한 인간이 남한의 대통령이 되는 순간
죽음은 예견된 게 아니었을까...

서울광장 영결식때 이런 생각이 드니까... 눈물이 났다.
서러운나라의 서러운 대통령이 죽었다는데 생각이 미치니까...
나도 모르게 비질비질 눈물이 스며나왔다.
게다가 이제 이 미친 정권이 미국의 요구에 따라 전쟁마저 불사할 태세다.

정말 두렵다.
달아날 곳도 없게 섬처럼 갇힌 이 나라에서
전쟁이라도 벌어진다면... 우리가 새끼들이나 제대로 건사할 수 있을까...

당장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뭔가 해야 한다.
초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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