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봉우리]1~5. 모두 다섯권이다.

일본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차에 이 만화를 보게 됐다. 더러는 내가 지나쳤던 도쿠사와 산장 같은 곳도 만화에 등장한다. 만화라고는하지만, 문학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원래 유메마쿠라바쿠 원작소설을 만화로 극화한 것이라고 한다.

만화는 다니구치지로라는 만화가의 작품이다. 이 만화로 2005년 앙굴렘국제만화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한다. 장비와 복장에 대한 묘사가 너무사 사실적이어서, 나는 이 만화가가 틀림없이 산악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아니라면 전문 산악인 누군가가 치밀하게 감수를 했을 것으로 상상했다. 그러나 책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근대 알피니즘은, 식민지시대에 일본을 통해 이식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니, 몇년 전에, 이제는 고인이 된 고미영씨가 겨울철에 후지산을 오르며 겨울 후지산은 히말라야 못지않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일본에는 만년설이 있고 또 설악산이나 지리산과는 비교할 수 없이 험난하고 큰 산들이 있다. 해발 2000미터 넘는 산이 하나도 없는 남한의 산악인들이 히말라야와 알프스에서 고난이도의 등반을 해온 것을 보면, 이런 말은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이 나라 사람들에게 뭔가 독특한 점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무튼, 이 만화의 주인공은 하부조지라는 일본 산악인이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큰 아버지 집에서 외롭게 자란 그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이 그것밖에 없는 사람인 것처럼 맹목으로 산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것이 그에게는 하나도 서운할 게 없다. 오로지 그의 목적은 남들이 못한 등반을 해내는 것... 그는 누구도 못 간 길을, 누구보다 위험한 시기에 위험한 방식으로 오르면서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한다. 그 극단에 에베레스트남서벽을 겨울에 단독등반하는 일이 있다.

박영석 등반대가 우리나라의 천재적인 젊은 알파니스트들을 희생시키면서 세번 째인가에야 겨우 올랐던 벽이다. 인간이 실현할 수 있는 곤란한 지경을 확대하는 이 '머메리즘'은 현대 알피니즘의 정수일 텐데, 이런 면에서 하부조지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일상의 상식이나 사람들과의 원만한 타협 따위 다 무시하고 그는 오로지 더 힘든 산행을 추구한다. 가난 때문에, 사회성이 부족한 성격 때문에, 또는 다른 사람은 따라갈 수 없는 무모한 도전정신 때문에 그는 혼자가 되고 혼자만의 산행을 추구한다. 그런 그를 부채질 하는 라이벌이 존재한다.하부조지와는 달리 경쾌하고 그 때문에 사람들에게도 환영받고, 어떤 면에서는 더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클라이머 하세 츠네오. 이들은 서로를 의식하면서 알프스의 노스페이스와 K2를 더 곤란한 방식으로 혼자서 기를 쓰고 오른다.
 
남들이 이미 올라버린 곳, 남들이 이미 성공한 일을 되풀이 하는 일은 쓰레기같은 일이라고 하부조지는 말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맬러리가 '산이 거기 있으니까' 산에 오른다고  했다지만, 자기는 자기가 있기 때문에, 자기는 존재하는 한 오를 수밖에 없다고 ... 살아있는한 영원히 현역 클라이머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 죽어야만 그의 도전이 멈출 수밖에 없는 ... 그는 그런 운명의 사내였다.

그리고 그들 모두를 결국은 히말라야는 삼킨다. 그러나... 단순히 원정에 실패하는 과정이 아니다. 힐러리보다 훨씬 먼저 1928년(?) 베레스트 정상 가까이 다다랐던 멜러리의 이야기, 그가 지녔을 카메라를 매개로  이들의 이야기와 소설적인 구조로 얽혀 있다.
그리고... 제 목숨도 돌보지 않고 앞만보고 달려가는 그런 사내들과 쓸쓸한 사랑을 나눌 수밖에 없는 여자들의 이야기.

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공기속으로' 이후에 가장 재미있게 - - ;: 읽은 산악 문예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는 일독을 권하고 싶은데... 내 또래 친구들에게 만화책 읽어보라고 말하면 반응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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