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 토 시코쿠주오시 비지니스호텔~간온지시(観音寺市) 고토히키공원(琴弾公園 

운행 67.53  도보 4  로프웨이


5시쯤 잠에서 깼다. 간밤에 과음을 했지만 눈은 어김없이 새벽에 떠졌다. 아침밥이 없는 호텔이라 로비에 내려가  카레맛  컵라면을 사다 며칠 가지고 다닌 삶은계란, 그제 저녁에 삶아 둔 감자와 함께 아침밥을 먹었다. 맛을 느낄 수 없느 메마른 식사지만 낮 동안 흘린 땀을 미리 넣어둔다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삼켰다. 



창 밖으로 시코쿠주오시 항구가 내다보였다. 




짐을 꾸려 7시 30분쯤 호텔을 나섰다. 패니어 4개와 핸들바백, 랙팩까지...가방 여섯개를 들고 내려가 매달고 ... 이런 과정이 여전히 버겁다.   


시코쿠중앙이라는 지명은 섬의 북쪽 해변의 가운데 쯤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왼쪽에 치우쳐 있는 마쓰야마(松山市)와 오른쪽에 있는 다카마쓰(高松市) 사이 세토내해(瀬戸内海) 해안의 중간 지점쯤에 있는 도시이니 말이다. 



왁자한 활기는 느껴지지 않지만 단정하게 정돈된, 고층건물도 거의 보이지 않는 작은 소도시.  낡고 휑하게 빈 곳이 많지만 깨끗하게 관리된 그런 느낌. 사람들이 분주하고 오가고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넘쳐났을 어느 순간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다. 그러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역이 쇠락하고 있는 것은, 어쩔 도리 없는 흐름인가? 싶어 마음이 허전했다. 


자전거순례의 출발지점이던 다카마쓰가 이제 멀지 않았다. 섬을 거의 한 바퀴 다 돈 것이다. 


훼밀리마트에서 우유 (110엔), 동네빵집서 빵 (450엔)을 사서 우유는 마시고 빵을 패니어에 넣고 길을 나섰다. 65번 산가쿠지(三角寺)까지 GPS 상으로는 불과 8km 남짓, 물론 중간에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이 나타나 있지만 고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아 크게 고통스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길을 나섰다. 



11번 국도는 시내에서 바이패스 구간이라 나란히 뻗은 도로를 따라... 3~4 km 가량 달리다 산가쿠지가 있는 산쪽으로 우회전해 오르막을 오르면 되겠지... 방심한 채 달렸지만...오르는 길머리를 못 찾고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헤매야 했다.  길을 두 번 물어보고도 ... 적잖이 헤맸다. 


해가 떠오르면서 기온도 오르고... 고도가 높아지며 호흡도 가빠졌다. 출발부터 헤맨 탓인지, 간밤에 맥주를 과음한 때문인지 맥도 빠졌다. 지도상으로는... 다음 사찰인 66번 운펜지(雲辺寺)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내려와 해안을 따라 뻗어있는 11번 국도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끝까지 자전거를 가지고 올라갈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이렇게 오늘도 오늘의 땀을 흘리는구나. 결국 산카쿠지 입구까지 오르지 못하고 500미터쯤 남겨둔 지점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걸어서 올라야 했다.  




자전거에서 내려 천천히 걷다보면 격하게 박동하던 심장이 평화를 찾고 기분동 생각도 전혀 달라진다. 마치 딴 세상으로 갑자기 이동하기라도 한 것 같다. 


9시. 산카쿠지 앞에 도착했다. 산카쿠지(三角寺)... 북한산의 또 다른 이름인 삼각산을 연상할 수밖에 없었다. 삼각산이라는 이름은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  세 봉우리가 모여있는 모양 때문에 생겼다던데 ... 이 절 이름은 어디서 온 것일까.   



자료에 보면, 이곳에서 코우보 대사는 21일 동안 삼각형 '호마단'을  세우고 수행한 곳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호마(護摩, homa) '는  바라문교에서 전래된, 제물을 불에 던져 타오르는 화염이  하늘의 여러 신들의 입에 도달하고, 그 신은 이것으로 힘을 얻어 마귀를 항복시키고 사람들에게 복을 준다고 여기는 종교의식이라고 한다. 



어떤 무서운 요괴들이 있었기에... 21일이나 불길에 제물을 던지면서 '호마'를 해야 했을까... 


그러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꽃들을 잘 가꾸어 놓은 아름다운 정원과 



본당에... 부처님 대신 모셔 놓은 것 같은 단정한 꽃꽂이...   배경에 창호지 바른 장식없는 문들만 놓여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안목으로 여겨졌다. 적막한 산사에 만나는 이 도저한 미의식이라니...  감동했다.


설악산 백담계곡을 통해 봉정암에 올랐다 소청이나 중청 산장에서 자는 일이 내게는 '병원'의 하나다. 지리산 능선을 며칠이고 걷는 일이 그렇듯이 ... 


알려진 것처럼 봉정암은 부처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다. 그런 연유겠지만 봉정암 본당에는 부처님을 모셔놓지 않았다. 빈 방석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뒤 벽은 유리창으로 뚫려 있는데... 어느 가을엔가 본당 들렀더니 텅 빈 그 자리에 절정의 설악산 단풍이 불타고 있었다. 탄식이 나올 수밖에 ... 



봉정암 본당 위쪽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사리탑이 있다. 설악산 서북능선과 용아장성 사이 허공을 배경으로 서 있는 그 사리탑 역시... 조상들의 미의식에 감탄하게 만든다. 까마득한 허공을 배경으로 서 있는 단정한 사리탑. 먼 배경에 있는 산들은 계절마다 신록으로, 짙은 초록으로, 불타는 단풍으로, 그리고 야생의 설경으로... 시시각각 놀랍다. 


산카쿠지의 정원과 본당에 놓여있는 꽃꽃이 화병 하나가 그런 생각을 되살려 주었다. 


오래된 나무와 나리꽃 같은 초여름 꽃들이 조화를 이룬 다사로운 정원에서... 잠시 앉아 한숨 돌렸다.  


산카쿠지에서 내려와 다시 자전거 있는 곳까지 내려온 뒤 시내를 거쳐 당분간은 11번 국도를 따라 해안을 달렸다. 대형 트레일러와 트럭들이 질주하는 도로변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일이 여간 조마조마하지 않았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자전거도로는 사라졌다 나타났다 ... 자전거길이 없는 구간에서는 꼼짝없이 차들을 의식하며 도로변을 따라 달릴 수밖에 없었다 . 스쳐가는 대형 차량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섰다.  이틀 전에 마쓰야마를 떠나 해안길 달리면서 보았던  새카맣게 그을린 자전거 여행자를 휴게소(미치노에키)에서 만났다. 



그는 머리에 흰 수건을 둘러쓴 채 휴게소(道の駅とよはま) 벤치에 앉아  혼자 앉아 캔맥주를 마시면서 멍하니 먼 바다를 향해 눈길을 던지고 있었다. 일본 일주라도 하는 것인지... 그의 얼굴과 팔다리는 완전 새카맣게 그을러 있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시코쿠일주뿐만 아니라 일본일주를 하는 이들을 꽤 여럿 만났다. 남한땅( 99,720㎢)보다 네 배 가량 넓고(37만 7835㎢) 네 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바다를 건너기도 해야 하니 일본일주는 몇 달 걸리는 대장정일 것이다.  


몇 마디 인사를 나누었더니 내게 일본사람처럼 생겼다고... 가끔 그런 소리를 듣곤 했다. 


로드 자전거를 탄 또 한 사내가 우리 곁에 와서 인사를 했다. 주말이라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가끔 눈에 띄었다. 로드 사이클 사내는 나에게 우동 많이 먹었느냐며...이부근부터 시작되는 가가와현(香川県)을 일본에서는 '우동현'이라고  한다며 킥킥 웃었다. 일본에 그리 여러 번 와본 건 아니지만... 이 동네에는 실제로 라멘집보다 우동집이 많았다.   



해안으로 뻗어 있는 11번 국도를 따라 미노우라(箕浦)역까지 달린  뒤 우회전해서  241번도로와  8번도로 내륙으로 들어가  로프웨이 산로쿠(山麓)역까지 올라가는 일도 조금 힘겨웠다.  




세토내해에 면한 이곳에 웬 군사시설 유적인가  싶었는데, 



청일전쟁에 승리한 뒤 군대를 증강하면서 이 인근에 포대가 들어섰던 흔적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놀던 정릉 인근 북한산 자락에는 '토치카'라고 부르던 구조물이  많았다. 우리는 그것이 참담한 전쟁을 겪은 지 몇년 안 된 서울의 흔적이라고 실감하지 못하고, 주로 담력 시험을 하거나 전쟁놀이를 할 때 실감나는 놀이터로 쓰곤 할 뿐이었다.  


 볼거리도 없는 오르막이 완만하게... 그러나 충분히 지치게 할 정도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오르다보니 민가는 거의 보이지 않고 개 훈련소나  애완동물 묘지 같은 곳들만... 보였다. 사람들끼리는 점점 더 외로워지고, 대신 동물들과 정서적인 유대를 느끼는 일이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한 해 애완동물 시장이 60조원에 달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일본의 이 외진 시골도 그렇고...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 역시 어릴 때 집에서 키우던 개와 각별한 정을 나눴었고 서울로 이사오기 전, 경기도 광주의 산속에 사는 동안에도 '강'이라는 골든리트리버와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면서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그러나  서울로 이사 온 뒤로는 집안에 애완동물을 들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가끔 졸라도 꽤 단호하게 거절했다. 실내에 갇혀있는 동물도 그 공간에서 함께 숨쉬는 사람도 ... 그건 아니다 싶었기 때문에... 



드디어 로프웨이 운펜지 산로쿠역에 도착했다. 로프웨이를 타고 88개 사찰 가운데 최고지점(해발 1000미터)에 오르게 돼 있다고 해 평지에서 오를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오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운임은 왕복 2천엔. 역시 버스만큼 크다. 자전거는 가지고 올라갈  필요가 없으니... 주차장에 세워두고 



66번 사찰 운펜지(雲辺寺)로 오른다.   





시계에있는 고도계가 거의 정확하게 고도를 가리킨다.  



역에서 절로 가는 완만한 오르막 능선이 가가와현과 도쿠시마현의 경계다. 



운펜지로  진입로에는 오백 나한상이 늘어서 있다. 



 모든 번뇌와 속박에서 벗어난 오백나한들의 다양한 형태와 표정... 



산문도 절도 다시 지은 지 얼마 안 된 듯... 높은 곳에 있지만 로프웨이를 타고 오르기 때문에 한가하게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드문드문 있을 뿐 산중 고찰의 정취는 느끼기 어려웠다.  



그런데, 당시의 내 기분과 몸의 상태 때문이었나... 절 곳곳에... 큰 소리 내지 마시오 ... 쓰레기 버리지 마시오 ... 만지지 마지소 등등 가는 곳마다  금지...  금지...  금지...  기분이 상했다. 스스로의 인격이 무시 당한 느낌. 

아이들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지시와 금지가 많을 수록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사고와 행동이 수동적으로 ... 움츠러들지 않을까. 



10여 분 로프웨이를 타야 하므로... 내려오는 동안 바지를 좀 더 야무지게 꿰맸다. 

산에서 내려와 역 앞에 있는 우동집에서 점심을 사 먹을까하다가 그냥  남겨둔 계란과 감자 단팥빵을 먹기로 했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  올라올 때와는 다른 쪽, 하강하다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길로 내려가다가 작은 공원  휴식소에서 점심을 먹고 15분쯤 벤치에 누워서 잠을 잤다.


주차장에서 본 자전거가 획 내리막길을 스쳐 지나간다.  나도 정신을 차리고 길을 다시 길을 나섰다. 3 킬로미터쯤 앞에 횡단보도에서 앞서가던  그 친구를 만났다.  오후 2시반 경이었다. 






마레 나가 쓰요우 상은  야마구치 현에서 온 20대 초반의 젊은이였다. 그가 신고 있는 발토시를 보니 얼핏 60번 요코미네지 본당 앞에서 합장을 하고 있던 그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통성명을 하고 나서  67번 다이코지(大興寺)까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렸다. 로프웨이 산로쿠역에서부터 다이코지까지는 10.3km 다.




간온지지시(観音寺市) 평평한 들판 위에 드문드문 집들이 흩어져 있어 여간 한가로운 느낌이 아니다. 토요일이라 더 여유롭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야마구치 현은 큐슈 바로 위... 시코쿠섬과 마주하고 있는 지점에 있다고... 그는 지도를 펼쳐 설명해주었다. 그가 타고 있는 자전거는 일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생활자전거였다. 여행 초기에 만났던 야마시타상이 타던 바로 그 자전거. 



그는 내게... 자기 자전거로는 순례를 계속하기 어려워 오늘 집으로 돌아간 뒤, 며칠 뒤부터 자전거 대신 스쿠터로 남은 순례를 마저 하겠다고 했다.  



본당 앞에서 향을 사르고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잠시 묵상하는 식으로 순례를 마치는 나에 비해 그는 '매뉴얼'에 나온 대로 본당과 대사장을 돌며 합장하고 기도하고... 꽤 시간이 걸렸다. 그가 이 모든 의식을 마칠 때까지 벤치에 앉아 기다려주었다. 그는 자판기에서 자판기에서 생수를 두 개를 사서 내게도 하나를 권했다. 또 절 앞 뙤약볕에 앉아 염불 외며 탁발을 하고 있던 사람에게도 찬 물을 한 통 건네주었다. 


20대 초반의 이 젊은이가 하는 하는 행동거지와 사려 깊은 말들이 얼마나 속 깊어 보이던지...  



68번 간온지(観音寺),  69번 진네인(神恵院)은 간온지시 해안가에 함께 있다. 다이코지에서 10.6km ...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꽤 오랫동안  달려야 했다. 


도시의 이름 때문인지... 차분한 거리 분위기 때문인지... 달리는 것만으로도 어떤 불성 같은 게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다. 



간온지(観音寺), 진네인(神恵院) 2개의 영장(霊場)이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특이했다.  여전히 숙제를 해치우듯이 사찰 하나하나를 순례하고 있던 내게 한 번에 두 개의 영장을 참배하게 된 것이 반갑기도 했다. 



두 사찰이 함께 있게 된 것은 메이지(明治)유신 당시 신사와 절을 분리하는 정책에 따라 고토히키하치만구(琴弾八幡宮)의 아미타여래를 진네인(神恵院)으로 옮겼기 때문이라고...  




저녁 다섯 시. 이제 납경 시간도 끝나고... 탐방객과 순례자들도 절을 빠져 나가는 시간. 



나 역시 오늘의 순례를 마쳐야겠다.  마레나가 쓰요우... 이 친구는 내게 오늘 밤 어디서 잘 생각이냐고... 걱정스럽게 물어보더니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접속에 몇 가지 정보를 찾아준다. 자신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부두에 가서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나 역시 가지고 있는 순례자들의 정보를 찾아보았다. 



야트막한 산기슭에 오래된 사찰이 있고 그 앞에 묘지가 펼쳐지고 그 너머로 이어진 마을.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이 그렇게 함께 있는 것이겠지... 최근에 접한 어떤 외신에서는 인간이 죽어서 소멸하는 게 아니라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고... 종교인이 아니라 외국의 어떤 과학자가 그런 발표를 했다고...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다. 



마레나가 쓰요우 상이 내게 조심하라고... 건강하라고 몇 번씩 당부를 하고 떠나간 뒤... 나는 다시 혼자 남았다. 홀가분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 조금 외롭기도 하고...  그리고... 날이 저물고 있었다. 


잘 곳을 찾아... 순례자들의 족보에 나와 있는 대로 절 뒤 산 위에 올라가 보았다. 산 뒤편 바닷가 공원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고... 수도가 있는 화장실도 있었다. 자자면 못 잘 것은 없겠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아직 관광객들이  너무 많았다. 밤이 되면 산속에 혼자 남아 있을 생각을 하니 조금 ... 꺼림칙하기도 했다. 



다시 산을 내려와... 뒤편 바닷가로 가보았다.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고토히키공원(琴弾公園). 


공원 숲 속에 있는 화장실 인근 솔밭에 텐트를 치기로 작정했다. 다만, 아직 사람들의 왕래가 많으니 밤이 어두워진 뒤 조용히... 몇 시간 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텐트를 걷으면 되겠다 싶었다. 


해변 공원에는 모래로 만들어 놓은 '관영통보(寬永通寶)'라는 거대한 옛 동전 모양이 있었다. 1633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데,  이것을 보면 무병장수 할 뿐만 아니라 금전 운 또한 좋아진다고 여겨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절 뒤에 있는 전망대도 어쩌면 이것을 내려다볼 수 있게 만들어 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시내를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오주시처럼 조용하고 오래된 건물들도 많았다. 상점들은 폐업을 했는지 대부분 셔터가 내려져 있고 군데군데 문 연 가게들이 있었다. 활력이 떨어져보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별로 눈에 띄지 않던 미니스톱.



 다른 편의점들과 다른 점은 우리나라처럼 가게 안에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 커피를 시켜 마시면서, 핸드폰도 충전을 시켰다. 



편의점 옆 테이블에는 여고생들이 앉아서 즐겁게 한참 떠들고 웃다가 떠났다. 서울에 있는 우리 딸들이 떠올랐다. 저맘때 친구들은 어쩌면 가족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소중한 존재일지 모른다. 내게도 그랬다. 외롭고 고단한 사연을 친구들과 나누며 의지하며... 그렇게 그 시절을 건너왔었지...



시내에 큰 서점도 있고.. 저녁을 지어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중화소바'라고 쓰여있는 국수집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중국식 라멘과 유부초밥 세 개... 740엔... 맛있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내가 헨로인 걸 알아보고 얼음물도 한 전 더 주고... 사진 속에 있는 악세사리도 선물이라며 주었다. 



해가 완전히 진 다음에... 해변공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여전히 사람들이 오고 갔다. 바닷가 벤치에 앉아 한동안 쉬었다. 저녁도 먹었겠다. 이제 느긋하게 쉴 일만 남았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이삼여 명 ...남여 고등학생들이 교복에 자전거를 끌고... 바닷가에 나타나... 불꽃놀이를 했다. 불꽃들이 펑펑 튀어오르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환호성... 나는 어둠속에 정물처럼 앉아  그런 광경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아까 봐둔 솔숲으로 와서... 이를 닦고 ... 조용히 텐트를 치고 잠을 청했다. 이렇게 간온지시 해변공원에서 또 하룻밤을 자게 된 것이다.  


지출  4080엔  : 아침 컵라면 200, 빵집 450, 우유 110, 신카쿠지 납경 300, 로프웨이 2000, 자판기음료 150, 중국집 국수와 유부초밥 740, 미니스톱커피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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