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상식사전] 이용대 저/해냄출판사/    .

김성희  계간살림이야기 편집장/ 코오롱등산학교 정규반 24기


배낭, 버너, 코펠, 아이젠, 자일. 아마 이 순서가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산과 관련해 연상되는 단어를 말하라고 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릴 단어들 말이다. 그 어휘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르는 이는 없겠지만 이들이 어떻게 우리의 언어개념으로 자리 잡았는지, 어원이 무엇이고 어떤 역사, 문화적 배경이 담겨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이는 전문 산악인들 가운데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새로 나온 <등산상식사전>이 반가운 이유는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물론 1970년대 김원모씨가 엮은 <산악소사전>(한국산악회), 1990년 김성진씨 편저의 <등산용어수첩>(진선출판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나온 사전들이 어휘, 개념설명 중심이라 무엇인지 아쉬웠던데 비해 새로 나온 <등산상식사전>은 어휘설명에서 출발하지만  따라 읽다보면 어느덧 등반 역시 하나의 인문적 교양으로 설명되어야 할 하나의 지식체계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천만 명 이상이 취미로 등산을 꼽는가하면 등산관련 산업규모가 1조원을 훨씬 넘어선다고 한다. ‘14좌 완등’에 매스컴이 열을 올리고 휴일이면 대도시 근교 산에 인파가 행진한다. 의미 있는 해외원정 역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어쩐지 우리 산악계는 시장이 번성하고 행위가 무성한데 비해 문화와 이론적 토대는 허약한 느낌이다. 대형서점의 서가를 뒤져도 우리 산악인들의 손으로 쓰여진 매뉴얼과 이론서들도 턱없이 부족하다. <등산상식사전>은 이러한 공복감을 채워주기에 손색이 없다. 이 책은 등산장비, 등반기술, 역사, 사건, 인물 등 필수적인 700여 개의 어휘와 개념을 100여 개의 일러스트와 함께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배낭이라는 말이 등에 매는 주머니라는 한자어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함께 쓰이는 룩색, 색, 팩, 니쿠사쿠, 등이 각각 영어의 룩색rucksack, 팩pack, 독일어 룩자크rucksack 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정리가 된다. 일제치하에 도입된 우리 근대 알피니즘의 잔영이 지금까지도 어떻게 스며있는지도 말이다. 본래의 어휘가 다른 의미로 굳어진 코펠이나 버너 역시 다르지 않다. ‘낙짜’니 ‘낙비’니 하는 산악인들 사이에 습관적으로 유전되어 온 이 비틀린 국적불명의 산악용어들을 돌아보며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등산상식사전>의 저자인 코오롱등산학교 이용대 교장은  나이로만 보자면 70대 중반, 현역에서 은퇴할 시기를 훨씬 넘겼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가장 활력에 넘치는 현역 클라이머다. 지난여름에도 그는 알프스의 돌로미테를 등반했다고 한다. 또한 변함없는 열정으로 등산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등반과 교육에 힘쓸 뿐 아니라 꾸준히 역저들을 펴내며 등반 행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사회역사적 배경 속에서 의미규정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는 후배 산악인들에게 끝없이 자극과 가르침을 주는 ‘젊은 산악인’이다.

“젊다는 것이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가리킨다”는 말의 예로 이보다 적합한 경우가 또 있을까. <등산상식사전> 뿐만 아니라 요 근래 출간 된 <등산교실>, <알피니즘의 역사> 역시 모두 그의 손으로 쓰인 역작들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한 사람의 집념과 수고에 우리 산악계가 무척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람과 산] 1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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