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장모님 모시고 길상사에 갔다.
모진 겨울 끝에 잠시 화사한 봄날이 왔다. 동네 자하수퍼 앞 벚꽃이 눈부시다.
세검정 산등성이가 등불이라도 밝힌 것처럼 꽃사태.
겨우내 죽은 듯 시들어 있던 그 어디에 저런 화사한 빛깔들이 웅크리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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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동안 어머니가 집에 와 계실 때. 걸음도 겨우 걸으시며 힘겨워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봄을 기다렸다. 날이 풀리고 어머니 건강도 좋아지면
모시고 길상사 나들이를 가야지 생각했는데... 이제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길상사에 매달린 울긋불긋 연등보다 그 아래 드리운 꼭 그만큼의 그늘에 눈길이 머물렀다.
우리 삶에 빛나는 무엇이 있었다면, 꽃다운 화양연화의 시절이 있었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침묵과 희생의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꼭 제 크기만큼의 그늘을 땅에 드리우고 꽃처럼 화사하게 바람에 흔들리더
실상사 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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