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더마인호프 컴플렉스' 는 드라마로는 썩 훌륭지 않았다.
사실을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하긴, 삶에 무슨 기승전결의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단 말인가.

이란의 전제군주 팔레비 국왕내외가 독일을 방문하고 68혁명이 휩쓴 독일의 진보적인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반대시위를 한다. 이어지는...몸서리치는 백색터러와 경찰들의 폭력진압. 곤봉에 머리가 깨지고 짓밟히는 사람들. 

우리도 수없이 겪어본 그 공포스런 광경이 스크린에서 재현될 때
나도 모르게 거의 의자에서 엉덩이가 붕 떠오를 정도로 감정이입이 돼 몸이 경직됐다.
호흡이 가빠지고 체온이 올라갔다.

백골단이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면 1980년대의 학생들은 거의 속수무책으로
맹수들에게 물어뜯기는 병아리들처럼 짓밟히고 머리가 깨지고
붙잡힌 뒤에는 온갖 야비한 조롱을 견뎌야 했다.

이 때문에 어김없이 악몽을 꾸곤 했다. 
한 동안 잊고 살던 그 악몽이 이명박이 집권하고
광장에서사람들이 또다시  무참하게 두들겨 맞는 일들이 벌어지는 시대가 된 뒤로는
다시 꿈 속에서 재방송 되곤 한다. 몸서리친다.
진보적인 언론인 마인호프는 적군파의 탈옥을 돕다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들의 대열헤 합류한다. 그러나 결국 체포된 뒤 혁명의 전망을 잃어버리고 일행들에게도 따돌림을 당하면서 분열적인 상태로 자살하고 만다.  

8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1만 명 정도의 학생운동가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노동현장으로 '투신'했다고 한다.
폭력적인 현실에 대한 분노, 개인의 무력감을 넘어서려는 생각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독일 적군파를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이 영화... 그러나
혁명을 외친 자들이 이렇게 대책없었나 ... 싶었다.
권력과 자본의 폭력을 넘어서는 더 좋은 가치, 더 인간다운 관계...
그런 것이 없다면, 혁명은 왜 하는 것일까...

사람만 바뀐 채 그 권력이 똑 같은 악행을 되풀이 한다면, 
혁명은 어디에 쓸모가 있다는 말인가...  
 


장일순 선생은 '혁명은 보듬어 안는 것'이라고 했고,
줄탁동시卒啄同時...
병아리가 알 속에서 껍질을 깨고 나오려 입질을 할 때... 어미 닭이 밖에서 같이 쪼는 것처럼...
사람들의 요구가 충만하고, 그것을 벗어나려는 결심이 가득할 때 ...
혁명을 꿈꾸고 기획하는 자들이 함께 껍질을 쪼듯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동의한다. 혁명은 누가 내려주는 선물일 리도 없고,
그렇다고해서 사람들의 고통이 목에 차오르는데 고상한 말만 해대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 판단이 자의성을 넘어서는 지점...
그것을 깨닫는 지혜. 그것이 관건일 것이다.
kCYfynJkFCR-uYnjglCyr4GrbLqKM6isu4FEWiffY6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