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아이들을 살린다]  김선미|카시오페아 |2014.04.25


산에는 문턱이 없다.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암벽 등반의 경우는, 특별히 기술을 습득하고 장비도마련해야 하지만 

그저 걷는 산행을 하고 싶다면 누구든 언제나 그렇게 하면 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무작정 산이 좋았다. 

초등학교 때는 자연스레 동네 뒷산인 정릉의 숲속을 누볐고

친구들과 석유버너와 코펠을 가지고 백운대로 '등산'을 하러 갔던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등산 인구가 지금처럼 많지 않던 시절이었고, 

그때는 샘가에서 누구나 밥도 지어 먹을 수 있었다. 

알콜로 예열을 하고 펌핑을 한 뒤 석유버너를 가동하는 일을 하는 것도 스스로 대견했고 

꽁치통조림에 감자를 썰어넣고 추장을 풀어 끓인 찌게를 끓여 

친구들과 나눠먹는 일도 무척 즐거웠다. 

아마도 형들을 따라 등산을 가본 적이 있어 그런 엄두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누구나 등산에 쉽게 엄두를 내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내가 산에 가자고 이끈 중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들이나, 연애 시절의 아내는 대개 

나와 함께 한 산행이 생애 최초의 등산이었다고 ... 

바라보기만 하던...우리 삶의 배경처럼 버티고 선 그곳을 제 발로 걸으며 숲의 생명력과 

산마루에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산 아래 마을들을 내려다보는 일들을 놀라워 했다. 


아내가 새로 쓴 책 [산이 아이들을 살린다]는 아마도, 산

을 올려다만 볼 뿐 쉽게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던 이들에게 

길 안내를 해줄 요량이었던 모양이다. 스무 살이 훌쩍 넘어 산에 처음 올라본 아내는 

아이 둘을 낳고 나서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였는데도 코오롱등산학교에 입학했고 

그 인연으로 산악잡지 기자로도 꽤 오랫동안 일했다. 

내 벌이가 시원치 않아 불가피한 면도 있었지만, 

매달 산으로출장을 가고 그 일을 글로 기록하는 일이 고역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산길을 걷는 일은 여전히 내게 위로를 준다. 인생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상상하지 못한 고통과 세상에 혼자인 듯 외로운 시절에도 나는 줄기차게 

북한산이나 지리산 능선, 설악산을 찾아가 걸었다.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러고나면 신기하게도 살아갈 의욕이 다시 

고이고 건강도 차차 회복이 되곤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도 우리는 매주 산에 갔었다. 

내가 아이들을 앞 뒤로 안고 매고 아내가 배낭을 맨 채 가난한 시절을 풍요롭게 지냈다. 


산길을 걷는 일... 이 좋은 일을 남들에게도 전하고 싶었으리라... 

이 책에는 그런 마음이 담겨있다. 

이 책을 발판 삼아 선량한 이웃들이 산길 걷는 즐거움을 이해하고 

또, 구체적인 안내도 받게 되기를 

그 누구보다도, 우리 아이들 또래 청소년들이 ... 우리나라 어디나 널려있는 높고 낮은 산길을 걸으면서 

어른들이 저질러놓은 이 말도 안 되는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되기를... 

나역시 희망한다.  



네이버 책 소개  

[산이 아이들을 살린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54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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