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먼 길 나들이를 했다.
동서울에서 증평 가는 버스에는
우리 부부와 할머니 세분, 승객이라야 모두 다섯 명이 전부였다.
차안에서 위클리경향에 실린 박변호사님 인터뷰를 읽었다.
작심을 하고 국정원과 청와대를 겨냥한 발언들...
어쩌면 우리들의 이 평범하고도 나른한 일상을... 또 다시 가책하면서
일손을 놔야 할 순간이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증평터미널 차표는 여전히 손으로 써서 끊어주었다.
그런데, 인체권과 승차권... 이게 무슨 뜻일까... 한참 고민했다. 인체(人體)로 읽으면
나머지 부분의 승차는 뭐란 말인가... 승차(乘車)도 인체가 하는 게 아니고?
승객은 승차권을 갖고, 인체권은 기사님이 회수해 갔다. 그러면 인체는 뭐란 말인가...
우리는 필시 '인원체크'의 준말일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1985년쯤에서 시계가 멈춘 것처럼 그 순간의 사물들, 풍경들이 증평 터미널, 그곳에는 남아 있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가자마자 이내 진맥을 해주셨다.
그러나 약을 지어주지는 않으셨다.
꼭 약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약을 지어주시는 까닭에 그러셨겠지...
아래층에서 한방차만 한 통 사서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한 여름을 방불케하는 뜨거운 낮, 지역의 읍내는 이렇게 한가하다.
텅 빈 거리는 증평만의 문제가 아니다. 괴괴한 정적에 휩싸인 전국의 모든 읍내들...
버스에서 정신을 놓고 잠들었다 깨어보니 차가 한강을 건너고 있다.
서울에 살기 위해 다들 발버둥을 친다.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 여유있게 사는 꿈을 서울에서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미 백년 전에 소로우는 그런 우리에게 질문한다.
왜 지금 당장 고향에 돌아가 그렇게 살면 안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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