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오는 한강변... 성산대교 아래. 이제 가을이 느껴진다.
올 여름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새벽마다 일어나 거실에 나와 바닥에 누워 몸을 식힌뒤에
다시 선 잠을 자야 할 정도였다.
온종일 집에서 교열보다 저녁무력 너무 진도가 안 나가
성산대교까지 자전거로 달려갔다왔다. 이내가 깔리는 저녁 강변
강 건너 서쪽하늘에 번져있던 노을도 어둠이 스며들어 희미해져 갈 무렵...
할아버지 한 분이 들을 테면 듣고 말려면 말아야 하는 듯이 섹소폰 연주를 시작한다...
이장희 '한 잔의 추억' 묘하게 가슴을 찌르네...
늦은 밤 쓸쓸히 창가에 앉아/ 꺼져가는 불빛을 바라보면은 ...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 / 취한 눈 크게 뜨고 바라보면은
반쯤남은 술잔 속에 어리는 얼굴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마셔버리자
우리 아이들이 ss501같은 이들에게열광하던 게 초등학교 6학년때였던 것을 떠올리면
내가 그 나이때 라디오에서 매일 울려나오던 게 이장희였다. 이내 금지곡이 되었지만 말이다.
이 정도의 가사조차 관용할 수 없었던 박정희 정권의 비정상적인 상태나
'마셔버리자'는 자학적인 가사에서 느껴지는 그 당시 젊은이들의 절망.
스무 살 때 친구 박은... 술만 마시면 비슷한 절망의 감정을 담아서
김세환의 '바람부는 날이면 언덕에 올라...'의 가사를 바꿔
"번개치는 날이면 옥상에 올라 쇠꼬챙이 옆에 끼고...
오늘 죽나 내일 죽나 마찬가지 기왕이면 오늘 죽자..." 이런 노랠 불러대곤 했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흠뻑 취해 듣다가 패들을 밟아 홍제천을 달려오는데...
나도 모르게 휘파람...
은하수 별빛따라 집으로 왔네.... 아직도 밤은 깊은데
웬일인지 잠은 안 오네 밤과 낮 사이에...
구름은 흘러가는데 시간은 자꾸가는데
나는 나는 왜 잠못이루나 밤과 낮 사이에...
채은옥이 불렀던 그 노래.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노래는 사랑타령이 아닌 것 같은데...도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무튼...쓸쓸한 노래들이 가슴에 더 잘 공명되는 그런 계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