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답지 않은 날씨 덕에 올해 첫 자전거를 탔다. 작년에 잠시 아팠던 이후로 자전거 탈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바이클리 뚜르드월드에서  이날 인천 공항 앞 모도 등 섬 3곳에서 번개 라이딩를 한다 했지만 하루에 100km는 거뜬히 달리는 그분들 따라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대신 양수리 정도를 생각하다가 이왕이면 건강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k도 방문하고 살던 동네도 돌아보자싶어 곤지암까지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이매역까지 44km. 시내를 거쳐 청개천를 따라 곧장 달리다가 마장동에서 천변 자전거길로 접어들 수 있었다. 영동대교 자전거 길을 몰라 몇번 건너본 적 있는 잠실철교에서 도강. 다시 탄천 합류지점으로 돌아와 이매역까지...

양평까지 곧장 한강을 따라 달려가 강하리를 거쳐 산북면쪽으로 갈까했으나 점심 먹고 떠난 길이라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았다.

겨울답지않게 푸근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답지 않다'는 것은 어쩐지 불안하다. 연말에 갔던 지리산에도 산록에만 눈과 얼음이 있을뿐 겨울산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리산의 상징인 구상나무 절반이 기후변화(온난화) 때문에 고사했다는 소식도 마음을 뒤숭숭하게 했다.

경강선... 서울에서 강릉까지 철길을 잇겠다는 뜻이겠지?  1998년 곤지암에 작은 집을 짓고 이사하던 무렵부터 경강선철도나 성남 장호원간 자동차 전용도로 얘기가 있었는데... 근 30년이 지나 철도가 개통됐다. 도로는 여전히 일부 구간만 개통되고 공사중이다.

이매역에서 곤지암까지 전철 4정거장. 불과 15분밖에 안 걸린 것 같다. 전철역 주변은 여전히 황량하지만 빠르게 변해갈 것이다.

곤지암부터 k의 집이 있는 잣나무골까지... 양평으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탔다. 편도 9km 왕복 18km 가량. 2차선 도로...갓길도 거의 없는 불안한 길이다. 간혹 자전거길 구획이 있지만 한번도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흙과 먼지가 쌓여있어 바포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잣나무골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기울고 있었다.

k는 다행히 지난 여름에 비해 차츰 회복중인 것 같다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충무로에 있던 다니던 신문에서 곤지암 유사리까지 1박2일에 걸쳐 걸어서 퇴근을 할 정도로 건강하던 그가...불의의 일격을 받고 힘겹게 회복하고 있다.


램프를 못챙겨 떠난 길이라.길이 어두워질 것 같아 불안했다. 간단히 인사만 하고 전철역으로 나오려고 하니 만선리에서 하천변으로 길이 있으니 차들을 피해 가라고 알려준다. 이 동네에서 10년을 살았지만 가본 적 없는 길. 민가도 없는 야생의 들판이 곤지암천변으로 남아있었다. 어둠이 짙어가는 그 들판을 패달을 밟으며 달리자니 어쩐지 마음이 더 황량하고 어두웠다.

곤지암에 도착에 다시경간선을 타고 판교까지. 신분당선으로 갈아타고 양재까지... 양재에서 다시 3호선으로 경복궁역까지...왔을 때는 이미 저녁 7시반이 넘어있었다.

곤지암에 집을 지어 이사한 게 1998년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사태 직후였다. 가진 건 없어도 세상 두려운 게 없던 때였다. 그때에 비하면 ....

정신없이 살다보니 세월이 훌쩍 지났다. 코흘리개 딸들이 여전히 학생이지만 성인이 된 것 말고는 무엇을 했나...싶은 회억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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